사람의 모습

조성범

by 조성범

지천명, 글쓰기로 작심하고 몇 년을 백수로 지내며 산천 떠돌다. 아비로써 최소한의 예의도 못 지키며 무슨 글을 쓰나. 이사 전 아파트 소장의 권유로 초고층 고급 아파트 경비를 달포 했다. 그 후 한양대 후문에서 경비원 육 개월 하며 시집을 냈다. 집필실 겸 연구실이라 자위하며 월급-일백칠십만 원-을 아내에게 줄 수 있어 감사했다. 그 일도 대학에서 일 년을 못가 잘리고 지인의 도움으로 서울대에서 시설 관리하며 국내 최고의 상아탑에 발 디뎠지만 일 년 반 일하다 보니 이 땅 어느 곳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육칠 년 지났지만 그때의 경험은 많은 슬픔과 회한이 가시질 않는다. 맘껏 밤새워 책 읽고 쓸 수 있었던 기억은 좋지만, 사람이 사람에 대한 짓이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가히 폭력적으로 쉽게 바뀔 수 있구나. 인간이 인간에 대한 예의는 겉이 화려하고 말이 번지르르해도 학벌이 올라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구나. 절실히 안았다. 인간만큼 교묘한 미물도 없구나. 내가 그 위치에 있으면 나란 인물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자괴감이 든다. 사람 되기 참 어렵구나


2020.05.11.

조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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