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것과 비굴한 것에 대해 조아리는 아침 길입니다.
어제 젊은 얼벗이 친구 신청해 오래간만에 받아줬더니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어스름에 지금 부산인데 5만 원 꿔주면
인천 집에 가서 보내겠다는 메시지.
당체 맘이 가지 않는 것은 이 처자가 세상을 얼마나 만만히 보았으면
저리도 무턱대고 지를까.
안쓰러움을 지나 이 귀한 아침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앞뒤 보이지 않는 절박함에 처했을 때
부득불 손 벌리는 게 비겁한 것이요.
이런저런 처신으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손가락 가는 대로 손쉽게 벌리는 것이 비굴한 거다,
함은 지나친 것일까?
그 젊은이 저간 사정이 다 맞더라도
손 안의 정보를 조금만 좋은 쪽으로 움직이면
아무리 돈 벌기 힘들다 하더라도 차비 정도는 얼마든지
제 힘으로 벌 수 있다.
방방곡곡 택배 물류센터가 있다.
물론 부산에도 광주에도 제주에도 서울에도 있고
지구가 살아있는 한 물류는 쉼 없이 움직인다.
시간당 최소 임금 6,030원을 주는 K, H, D 등등
철야 물류센터가 있다.
온밤을 땀으로 목욕하며 8톤 10톤 물류 상하차로
일당 6만 원 정도는 밤새 벌 수 있다.
제주도 같은 경우는 10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제주 무 상차, 7시부터 6시까지 숙박 무료 해결해주며
월급제로 하루에 10만 원 이상 주는 품팔이 벌이가 있으니
집 떠나 주머니 비면 몸뎅이 움직여 돈도 벌고
이웃의 굽은 눈을 보시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갑자기
정리해고된 벗들도 기름기 빼고 낮게 적응하는데 좋으니
눈물 젖은 조국을 마셔도 좋아요.
말이 길어졌네요.
알바몬이나 잡 코리아 등 구인 사이트에서 물류 상하차 치면
날마다 소개 업체가 뜬다.
온몸에 흐르는 땀이 등짝에 골이 되어
철야 아침에 삶이 눈 뜨지요.
2016.5.13.
조성범
*이 글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