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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Sep 07. 2015

부모 도움 없이 결혼하는 젊은이들

사랑과 신뢰에서 시작된 결혼은, 행복이 서로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부모 도움 없이 결혼하는 젊은이들

사랑과 신뢰에서 시작된 결혼은, 행복이 서로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 담벼락에다 내 딸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문제를 페친 여러분에게 문의했었는데,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소위 국제결혼에 대해 찬성했다. 수십 명의 댓글 내용은  한결같았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국제화/세계화되었다는 사실에 잠시 놀랐다. 생각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생활 자체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놀라운 변화다.

오늘부터 한 달 후, 그러니까 2015-10-04, 런던에서 남쪽으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는 조그마한 성(Amberley Castle)에서 영국 청년과 결혼한다. 결혼에 관한 모든 준비는 그들 스스로 해왔다. 뭐 도와 줄 일이 있느냐고 물으니  아무것도 없다는 답변이다. 결혼에 필요한 모든 비용도 스스로 마련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딸 아이는 어렸을 때 독일에서 5년, 대학부터 지금까지 영국에서 13년, 나머지는 한국에서 살았다. 딸은 서유럽의 젊은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생각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 대개 고등학교까지만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고, 그 이후의 모든 생활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립한다.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기대는 친구들은 왕따 된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서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나가 그곳에서 살아보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하여 어느 세계에서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한국사회에서 혈연, 학연, 지연의 끈적거림을 느낄 때마다 늘 언짢게 생각해왔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사고의 세계화를 넘어 삶의 세계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이 좁디좁은 땅 떵어리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아무튼 나는 우리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가르쳤다. 부모는 고등학교까지만 책임진다고 말이다. 그 이후에는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일러주었고,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다. 유학하는 동안에 들어간 모든 비용(등록금 + 생활비)은 나중에 돈을 벌어서 다 갚도록 했다.  그동안의 이자는 받지 않고 원금만 갚도록 했다. 깨끗하지 않은가?

다음 달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줄 생각이다.


딸은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 50여 명을 초대해서 1박 2일 결혼식과 피로연을 치른다. 초대할 때도 이제는 이렇게 Appy Couple이라는 앱을 이용해서 초대한다. 이 앱에 들어가면 그동안의 러브스토리에서부터 양가 가족 소개까지 결혼에 관한 모든 소식을 소개하고 있다.




Appy Couple이라는 앱에 들어있는 사진 일부를 추가로 공개한다. 허락 받지 않은 것인데... 에라 모르겠다.... 서양의 젊은이들이 결혼하기 전에 그리고 결혼을 위해 무슨 짓을 하면서 노는지... 


이제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나는, 한없이 이런 젊음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Appy Couple에 더 많은 사진들이 있지만 이 정도로 하고... 


33년간 부부의 인연으로 살아본 경험에 비추어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꼰대스러운 말이긴 하다... 그러나 내 딸과 사위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사랑과 신뢰에서 결혼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나 결혼했다고 행복이 그냥 솟아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감당할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감정이다. 인간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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