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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Aug 31. 2017

DANO경영의 본질(1)

감사(監事)의 편지

감사(監事)의 편지_DANO경영의 본질(1)     


특별감사를 실시하면서 느낀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저는 우리 회사에 감사로 합류하기 전, 그러니까 작년 12월부터 금년 6월까지 약 7개월간의 컨설턴트로서 회사의 경영자문을 해왔습니다. 자문의 핵심은 DANO경영이었습니다.  [DANO = Decentralized Autonomous Networked Organization]


다노경영의 본질은 다음과 같습니다.      


⓵ 누가 누구에게도 명령하거나 지시하지 않고 

⓶ 모든 구성원들이 자율성(autonomy)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⓷ 그걸 위해 각 직무의 성과책임(accountability)을 명확히 규명하고, 

⓸ 그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등용하여 

⓹ 그가 타고난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특별감사 중에 느낀 점은 다노경영의 기본정신과 철학을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이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다노경영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어려운 일이죠. 우리 모두 각자 살아온 방식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경영관행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노경영은 전혀 다른 차원의 패러다임입니다. 우리 몸에 익을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씩 그 의미를 다시 검토해보겠습니다.

 첫째, 누가 누구에게도 명령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소위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명령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에 익숙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마치 질서가 잡힌 것처럼 느껴서 안정감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 계급적 위계질서가 개인적인 사생활에까지 영향을 주는 폐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특히 향응 문화, 접대문화, 회식문화, 술 문화 등으로 심대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잘못된 문화를 바로 잡는 방법은 명령·통제의 관행을 근절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긴급한 사항이 아니라면 아무도 명령·통제를 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오해가 발생합니다. 명령·통제가 없다고 해서 누구나 동일한 의사결정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각 직무의 역할과 책임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각 직무담당자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걸맞은 업무수행의 성과와 결과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것을 위해 최대한의 직무수행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죠.     


그러므로 역할과 책임의 크기가 큰 사람, 즉 직무의 크기(job size)가 큰 사람에게는 직무의 크기가 작은 직원들에게 반드시 모범을 보이면서 그들이 업무활동을 잘 해나가도록 지도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지도의무(指導義務)가 바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리더십의 의무를 추가적으로 맡은 직무담당자를 팀장이라고 부르든 그룹장이라고 부르든 상관없습니다.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명령·통제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명령·통제를 하지 않으면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직원들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것이 리더십의 요체입니다. 그래서 팀장, 그룹장, 이사 등과 같은 리더십 포지션에는 합리적인 사고력은 물론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전문성, 그리고 인간적인 공감능력을 갖춘 인재에게 적합합니다. 우리 회사는 앞으로 이런 역량(competency)을 갖춘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충분히 해주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둘째, 모든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자율성이란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법률을 만들어서, 즉 자기입법(自己立法)을 통해 자신의 몸을 그 법률에 복종시키는 이성적 능력을 말합니다. 인간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존엄성을 갖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칸트의 철학을 인용하면서 이미 설명했습니다. 인간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존엄성이 유지된다는 말입니다. 이 자율성이 사라지면 인간의 존엄성도 함께 사라지게 됩니다. 이것은 경영자문 시절에 여러 차례 설명했으므로 여기서 다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자율성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라야 발휘될 수 있을까? 그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독립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독립성이 없는 상태, 즉 누군가로부터 명령·통제를 받는 상태에서는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는 그래서 모든 임직원들에게 “독립된 자율적 주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려고 합니다. 우리 회사의 이사회와 김인환 대표님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임직원 중에는 “독립된 자율적 주체”라는 용어를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 맘대로 해도 된다”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율성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자율”이 멈추는 곳에서 “타율”이 시작되어야 공동체가 유지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 회사에서 누군가에게 명령과 지시가 떨어진다면 그것은 그 임직원에게 “자율”이 멈추었음을 의미합니다.     


다노경영의 본질은 다음 회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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