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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Mar 27. 2016

사업(Business)이란 무엇인가?

사업은 돈벌이가 아니다

사업(Business)이란 무엇인가?     

     

1980년대 후반 독일 유학 중, 지도교수는 미국 대학에 한 학기 교환교수로 떠났다. 돌아온 후 강의실에서 독일 학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미국식 MBA는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이 아니라 Masturbation of Business Administration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영학은 인간 중심의 경영학이 아니라 자본 중심의 경영학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얘기를 들은 학생들은 다들 꺄르르 웃었지만,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나도 설마 그렇게까지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사업(business)에 봉사하는(administer) 전문가(master)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business)을 주물러서(manipulate) 자본의 양을 부풀리는 전문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독일에서 배운 것은, 경영학이란 인간을 존중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특히 조직 내에서 가장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원들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장려하는 방식이라는 점이었다. 기업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주주, 임직원과 그 가족, 공급업자, 소비자, 세무당국, 지역사회 등)이 자신의 흥미와 관심을 드러내고 그들의 이해(利害)를 수렴하고 조정하여 혁신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경영학이라고 배웠다. 사회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행위가 경영이 되는 셈이다. 경영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내 젊은 시절 경영학을 택한 이유는 삼시세끼를 굶주리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동기 때문이었다. 호구지책으로 선택한 경영학이 이런 수준의 학문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큰 행운을 얻었다. 경영학이 곧 인문학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큰 기쁨에 휩싸였다. 공부와 연구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리더십 동기와 그 충족 방안을 연구해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꽤 열심히 연구해서 나름대로는 경영학의 첨단을 맛보고 경영학적으로 사고하는 인식의 지평을 꽤 넓혔다고 자부했다. 아, 이제 이렇게 하면 잘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게 아니었다. 나는 귀국한 후 대학으로 직장을 옮기지 않고(사실은 대학으로 옮기려다가 급여가 너무 적어 포기했고) 여러 곳에서 경영실무를 했다. 경험을 쌓을수록 경영(학)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때론 절망에 빠지곤 했다. 왜 배운 대로 현실은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혹시 경영학의 핵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국에는 어떻게 이런 '빌어먹을' 경영학이 판을 치게 되었는지 그 연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알다시피, 이건 미국에서 건너온 것인데, 그 앞잡이들이 바로 맥킨지, 베인, BCG 등의 미국계 경영컨설팅회사들이다. 지금은 경영학의 수출국에서 활용되는 미국식 경영학보다 더 악랄한 억압과 착취의 방식으로 왜곡된 경영학이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다. 그 결과 한국식 경영은 오로지 자본을 위한 비인간적인, 비윤리적인, 자기기만적 경영이 되고 말았다.     


전략분야뿐 아니라, 인사조직분야의 미국계 컨설팅회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그동안의 경험과 연구에 비추어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우리 한국사회의 특징은, 사업이란 곧 돈을 버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점이다. 돈벌이 이외의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사람보다는 돈벌이에 치중한다. 얼마 전에 만난 경영학 교수 한 분이 잘 아는 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와 함께 대학의 산학협력단 소속의 그럴 듯한 스타트업을 차렸다. 비즈니스 아이템과 향후 사업구상을 서로 얘기했다. 이 분은 장기적인 계획은 없고 그 회사를 잘 포장해 M&A 시장에서 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팔기 위해서 회사를 세우고 사업을 시작하다니. 이게 미국식 MBA가 가르치는 모델이다. 그 기업을 주물러서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그 사업에 어떤 애정도 없다. 돈이 없으면 사업이 망하고, 기업도 파산하는 것은 분명하다. 직원들도 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돈이 목표가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다들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경영도 경영학도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사업은 돈벌이가 아니라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의 길이다.
여러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내가 배운 사업의 개념을 보다 더 명확하게 정의해야 했다. 사업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업운영이라는 경영활동을 통해 사업가 자신의 자기(self)를 실현하는 행위여야 한다. 이런 정의는 분명 우리 현실에 부합하지 않은 경영학인 셈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내가 배우고 실천하려는 경영학이 가장 올바른 경영학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모든 인간은 물을 마셔야 한다. 물이 없으면 인간은 죽음에 이른다. 물이 생명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인간은 물을 마시기 위해 살지 않는다. 기업도 돈이 없으면 파산한다. 돈이 기업을 존속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기업은 돈벌이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이 돈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말이다. 소명으로서의 기업경영! 나는 이것이 진정한 경영(학)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진실한 자기실현의 과정에서 물을 마시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처럼, 기업 또한 사업의 본질을 진실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돈벌이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이런 기업을 위한 경영학을 보다 더 진지하게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경영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업관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간을 위한 경영학, 인간존중의 경영학, 인간 중심의 경영학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오르고 창조와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주류 경영학이 추구하는 돈벌이로서의 경영학을 대변하고 있는 미국계 컨설팅회사들의 만행이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부풀리는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월스트리트 경영학, 이것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 이들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내가 추구하는 경영학이 과연 우리 사회에 먹힐 것인가? 이런 경영학이 작동하느냐 않느냐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 왔다. 모든 사람들이 표계산을 한다. 속임수로라도 표를 얻으려고 한다. 정치는 표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 본질로 돌아가면 표는 결과적으로 따라온다. 정치인들은 진정으로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하는가? 소명으로서의 정치!! 정치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깊이 생각해야 한다. 사기꾼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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