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은비 Apr 20. 2023

도전기록을 남겨본다

사이버대학교로 이과생의 길을 진짜 걸어갈 수 있을까

이 글을 남겨두는 것은 나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한 해를 마감할 때, 연초에 이렇게 도전이라는 것을 했다는 것을 증빙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러니까, 해야 할 것을 마땅히 해내고, 도전하고, 경험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든 상황을 환경을 바꾸어보려고 개선하는 사람으로서의 여지를 갖고 싶었던 것이겠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학과 선택이긴 했다. 전공을 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배워보고자 하는 한다. 해당 업무에 대한 기본 지식 소양이 최대 우선이었는데, 굳이 그럴 거 있냐, 대학교를 굳이 가야 하느냐라는 고민을 하다가, 년에 겨우 2번 있는 기회 이렇게라도 사용해 보자 싶어서 살짝 입학을 두들겨봤다. 대학원은 좀 힘들 것 같고, 기존에 해봤던 한양사이버대학교로 입학하면, 룰이 어느 정도 비슷할 테니까,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랄까.


나는 사실 두 번째 사이버대학교이다. 남들은 학력을 높이기 위해 사이버대학원을 선택하지만, 나는 또다시 추가 전공을 선택해 버렸다. 대학교만 두 번 다니는 셈이다. 정확히 따지자면 세 번이겠지. 여하튼 각설하고, 사이버대학교를 다녔던 전적이 있다 보니 추가로 또 듣게 된다면, 즉 다시 입학을 하면 꼭 디자인과를 지원해야지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해 왔더랬다. 그런데 내가 기계자동차공학부라는 말도 안 되는, 전혀 선택할 것 같지도 않은 학과를 선택했다. 왜냐고 물어본다면, 역시 직무에 관한 일이겠고, 기계자동차공학에 국한된 학력이 되기야 하겠지만, 기계와 관련된 명세서를 쓰고 싶어지기도 했고(왜 하필 그것이냐고 물어보기도 하겠지만) 기계팀 소속 직원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싶어지기도 하다가, 결국 뭐 밑져야 본전인데 하고 (사실 들어간 비용이 4만원이므로 본전은 아니다) 집어넣었다는 이야기. 


그럼 기존에 하려던 디자인은 아니었냐라고 물어본다면, 디자인 툴들은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고, 관련 교과목이 흥미를 유발하는 것들이긴 하지만, 관련 교과목을 굳이 학점당 8만 원이라는 비싼 비용을 내가면서 굳이 배워야 할까 싶었다. 학점당 8만 원이면 수업 하나당 24만 원 정도니까, 시간과 돈과 그 모든 걸 따져봤을 때, 기존에 아는 것 이상으로 배워야겠다 싶었다. 즉, 아마 디자인을 선택했다면 대학원을 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디자인은 그 이상을 배우고 싶었던 거다. 명확하게 배울 수는 없지만 관련 지식을 습득함에 있어서 기존에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방대한 양을 알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기회비용의 문제였다고 해야 하려나. 어쨌든, 다 모르는 것과 조금 아는 것 중에서 선택한 건 다 모르는 것...


난 내가 이 나이 되도록 배우려고 아등바등하고 있을지 몰랐는데,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고, 배우려고 애쓰고 더 시간 들이는 순간들이 오는구나 싶어서 참 대단하다. 자고로 삶이란 게 즐기며 살아간다는 느낌이겠지만, 즐기면서도 배움이 없으면 더 다양한 것들을 해내지 못한다는 걸 알아버려서일까. 이 회사에서 나는 가능성을 보았고,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여겼고, 이래서 사람들이 큰 회사를 선호하게 되는구나 싶어지기도 했다. 꿈꾸지 못하고 갇혀버린 삶에서 탈출하고, 자유성을 인정해 주고 해야 할 일들은 든든히 해내라고 응원하는 회사에 다니는 일이 얼마나 감사하고 귀한 일인지 또 한 번 깨닫고 깨닫는다. 


그런데, 생각보다도... 정말 잘 해낼 자신이 없다. 

공학수학, 열역학, 적혀 있는 과목만 봐도 당최 해본 적이 없다. 그중에 해본 게 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없더라. 자동차 IT융합공학과에는 AutoCAD라도 과목으로 존재하는데 기계제어공학과에는 없다. 정말 없다. 정말 엄청난 계산과 기계요소의 설계에 관한 이야기들이 차고 넘쳐있을 것 같아서 2학년 편입학이 왠지 5학년 과정으로 넘어설 것 같기도 하다. 졸업을 언제 하든 상관없지 않나 하는 마음이면서 동시에 무탈하게 졸업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뭐 그거야 입학이 완료되고 서류전형이 통과되고, 등록금을 내고 나서의 문제이다. 어찌 되었든, 입학만 한다면 졸업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일단 끝은 봐야 할 테니까. 제발 잘 해내고 성장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만약 안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올해 따려고 하는 자격증은 총 3개다. 가능하다면 다 성취해 내면 좋겠는데 왠지 안될 것 같기도 하다. 매년 노력하는 검색광고마케터는 따두고 싶다. 평생 가는 자격증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걸 가지고 있으면 마케터로서의 전향에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혹은 마케터의 삶을 부케로 생산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은, 블로그를 더 열심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그 외에는 업무 관련 자격. cad라던가, 기계제도기능사라던가 등등이다. 건축을 해야 함이 맞을 텐데, 현업에서는 기계를 더 중시하는 것 같다. 기계팀과 일하면서 더 그렇게 느끼고 있다. 어쩌다 나는 그림 그리는 직업을 갖게 되었지 싶은데,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그림 그리는 직업이라 좋기도 하면서, 팬시 사업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아직도 져버리지 못하고, 그림을 그리려 하지만 내 그림은 어쩐지 예쁘지 않고 꼬물거리는 느낌이다 케케. 어디 가서 그림도 배우고 싶네.


그렇다. 나는 배우는 일이 참 좋다. 배우는 그 행위가 참 좋다. 노력하는 행위도 참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렇게 예쁘고 진취적이고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누가 뭐라 그래도, 자꾸 호기심을 갖고, 늦지 않았다 생각하고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었다. 뭘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물어보는 그 말에 안주하지 않을 사람이었고, 알아가는 즐거움에 신나는 사람이었다. 게으른 사람이지만,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사람이지만, 일단 그냥 지르는 일을 조금 더 해볼 계획이다. 일은 어떻게든 벌리면 닥치면 다 하더라. 닥칠 때까지 놔두는 내가 문제(?) 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하더라. 50대에 하는 거보다 30에 하는 게 더 현명한 거다. (그렇다고 50대에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수학을 다 까먹었는데 이제라도 해봐야지 어쩌겠나. 잘하면 되겠지. 함께하면 되겠지. 그 나이 그때, 그 언니는 정말 대단한 결정을 했구나 싶네. 후. 돈 많이 벌자. 벌어서 배우는 것에 열심히 써보자. 그리고 나도 아웃풋을 내보자.


서류 제출이 중간에 꼬여버려서 돈을 오지게 많이 썼다. 그래도 꼭 되어서 장학 증빙서류도 잘 정리되고, 뭐 불합격돼도 어쩔 수 없고, 그렇다지만 이렇게 조금 신경 썼는데 이왕이면 합격해서 천천히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어버렸다. 진짜 공업수학 할 수 있는 거냐며.. 지금부터라도 뭐라도 정리해둬야 하는 건가 20년 만에 수학할 생각하니까 무척 암담하고 또 암담하다 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