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침밥 먹는 키티구구

버섯과 청양고추, 그리고 달걀 넣은 진라면

by 키티 구구


어제는 9시가 넘어서 내가 사는 곳 근처 영화관에 갔다.

영화는 1994년도 영화 '가을의 전설'이었다.

영화 화질이 안 좋아서 이렇게 오래된 영화였나 싶었고, 굉장히 감성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쏙쏙 들었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주인공 트리스탄보다도 그 영화에서 트리스탄을

사랑하는 여성 두 명이 어쩜 저렇게 비극인가 싶었다.

마냥 멋있어 보였던 영화가 시간이 흐르니 다르게 보인다는 게 나도 놀라웠다.

하지만 또 변하지 않는 게 있으니, 영화배우보다도 영화 음악이었다.

지금 O.S.T를 찾아서 듣고 있는데, 그 영화의 배경인 '미주리'(?)를 너무나도 아름답게

바쳐주고 있어서 비극과 감상 가운데 귀를 열어주는 귀한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좋았던 건 그 곰과의 마주침이다.

영화이고, 또 어느 정도 사실이겠지만, 곰은 위험한 동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어쩌면 곰은 푸바오처럼 친근할 지도 모른다.

곰과 마주치는 트리스탄이 왕 부러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뭘 먹을까 고민하지도 않고, 진라면을 꺼내고 냄비에 물을 팔팔 끓였다.

청양고추와 버섯을 넣고 라면을 넣고 한 소끔 끓인 후 계란을 톡 깨 넣었다.

먹는 내내 왜 이렇게 맵지를 연발했다.

라면을 한 끼 식사로서 제대로 인정하기까지 나한테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일했던 편의점에서 점장님이 라면이 얼마나 맛있고 밥 대용인데요라고 말할 때 나는 결사반대를 했다. 라면이 나쁜 음식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내게도 이제는 라면이 한 끼 소중한 식사요. 꽤나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

라면을 끓일 때는 야채를 꼭 넣어준다.

라면만 넣으면 이젠 섭섭하다.

콩나물, 호박, 양파, 두부, 버섯 그리고 바나나까지 넣어봤다.

뭘 넣는지는 자기 마음이다. 입맛에 맞게, 또 냉파답게 넣으면 그만~!


가을의 전설 O.S.T를 듣고 있노라니, 이 넓은 대지와 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음악으로서 다른 영화가 한 편 생각난다. 제임스 호너의 가을의 전설 O.S.T 못지않은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피아노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말이다.

제목도 비슷하네. The Legend of 1900 vs. Legends of the Fall

넓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 범위와 크기와 양과 질이 어떻게 되어야 할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까?


음...

아무래도 청양고추를 넣은 진라면은 너무 매운 게야.

생각이, 생각이 너무 찐하잖아. ㅋㅋㅋ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