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성스럽게 느껴지던 흰눈과 거대한 얼음 조각으로 뒤덮인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하얼빈 여행은 손발이 꽁꽁 얼어 많이 힘들었지만 빛과 색채의 향연과 더불어 진한 여운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내연과 외연의 사유가 깊어진 새로운 창조적 지평 융합을 이루어준 잊지 못할 추억이다. 하얼빈 역 바로 옆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가면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 저격 거사를 하기 직전에 지은 ‘장부가’와 신동엽 시인의 ‘금강’이라는 시가 내내 나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고 날이 풀리면 송화강에 버려져 다시 물로 환원이 될 거대한 눈과 얼음 조형물들, 또한 눈 덮힌 호림원에서 본, 이미 용맹함과 야수성을 잃어버린 4백여 마리의 살찐 호랑이들과 사자들
731부대의 수많은 생체 실험의 모습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면서 우리들은 어떤 꿈을 꾸며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나 자신은 ‘고유한 나’로 살고 있는가? 내안의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