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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이십일 Apr 15. 2020

국제유가, 어떻게 결정되나

[포스트21=김민진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발표로 국제유가가 심하게 조정받고 있다. 기준유가인 WTI, 브렌트유는 물론이고 우리 일상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주유소 휘발유 가격 역시 연일 하락중이다. 

    

3월 첫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519.5원이었고, 4월 첫째주 가격은 리터당 1391.6원이었다.     

국제유가의 폭락, 혹은 급상승이 세계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 쇼크 사태를 통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유가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며 누가 결정짓는 것일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트럼프와 사우디, 러시아의 복잡한 관계는 또 어떤 식으로 유가와 연관이 되는 것인가? 유가 권력과 관계된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어보았다.    


석유시장의 큰손 미국과 OPEC의 사정  

  

모든 물건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필요한 사람이 많은데 제공되는 물건이 적으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고, 반대로 필요한 사람보다 제공되는 물건이 많으면 가격은 내린다.  유가 역시 이 단순한 경제논리를 따른다. 다만 수요와 공급을 결정짓는 것이 시장이 아니라 국가라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 괄목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의 주요 에너지원은 석유다.  석유는 인류가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필요한 자원으로 석유 개발 이후 수요가 부족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자원이다.    

 

국제유가를 지탱하는 두 개의 큰 세력은 OPEC+와 미국이다. OPEC+는 세계 최대 산유국(자국의 영토에서 원유가 생산되는 나라)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맹주로 하는 중동의 석유 수출국 기구(OPEC)와 여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러시아, 멕시코, 아제르바이젠 등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 산유국은 석유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좋은 나라들이기 때문에 결성 당시부터 유가를 올리기 위해 하루 생산량과 수출량을 합의하여 정해왔다.     


오일 쇼크 역시 이들 OPEC가 석유 가격을 올리기 위해 담합한 결과. 우리가 중동의 전쟁이나 이슈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대부분의 OPEC가 중동에 있는 나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석유시장에서 OPEC의 권력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세계는 언제나 유가에 관해서는 OPEC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셰일 가스, 셰일 오일이라는 새로운 석유를 채굴할 수 있는 기술이 실용화되면서 미국과 러시아 등의 석유 생산량이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에 버금가게 되었다. 석유권력이 OPEC+ vs 미국으로 분산된 것이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감산합의. 유가는 안정화될 수 있을까?    


위에서 말한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세계가 생산하는 석유의 양이 많아지면 유가는 내려가고, 생산량이 줄어들면 유가는 올라간다. 이 때문에 유가가 올라가야 이득을 보는 사우디와 OPEC는 주기적으로 만나 감산(하루 석유 생산량을 줄이거나 조절하는 것)합의를 이행하고 있다.

    

반면 자유시장 경제인데다가 석유 생산량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미국은 보다 많은 석유를 팔기 위해 증산(최대한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것)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행위는 자연히 유가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결국 OPEC의 감산이 유가를 상승시키고, 미국의 증산이 유가를 하락시키면서 국제유가의 적정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이들 석유권력의 의사와 관계없이 유가가 폭락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1천만 배럴의 감산을 통해 유가를 안정화 시켜야 한다고 발표했고, OPEC는 회의를 통해 감산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돌연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평하며 OPEC+의 감산 합의를 결렬시킨 것은 사우디의 돌발 행동 때문이라고 폭로한 것이다.   

  

사우디가 미국을 비롯한 경쟁자들과의 석유권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제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유가를 낮춰 본인들만 이득을 얻으려 한다는 의미의 성명이었다.   

  

성명 이후 사우디의 에너지부 장관이자 실질적인 1인자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이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먼저 감산 의무를 벗어던진 건 러시아라고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재를 선언하고 나섰지만, 석유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자였던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 여기에 또 다른 석유 부국으로 떠오른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얽혀들어 사태는 한치 앞을 모르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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