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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이십일 Jul 06. 2020

전 세계 3점뿐인 고려 나전합 환수

한국으로 돌아온 고려 미의 정수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문화재청은 지난 7월 2일. 전 세계에 3점만 존재하는 고려시대 나전합을 일본으로부터 회수했다고 밝혔다. 고려시대 나전합은 고려 나전칠기 유물로 보존상태가 좋고 세계적으로도 귀해 우리에게는 특별한 유물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개인 소장자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올해 12월 특별전을 통해 대중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에 들어선 이후 수십 년,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과거 문화재를 빼앗아간 나라에게 지속적으로 환수 요청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반환되는 문화재는 극소수에 달한다. 


화제가 된 문화재 환수 사례를 살펴봄과 더불어 문화재 환수가 왜 이뤄지기 어려운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 나라의 민족의 얼굴이자 정신 문화재


문화재는 한 나라의 얼과 문화,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예술의 정수다. 문화재를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고, 그 안에 깃든 나라와 민족만의 특수성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문화재는 한 나라의 정신을 상징하는 물건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많은 수모를 당해왔다. 새로운 나라가 들어서면 문화재는 감춰지거나, 버려졌고, 다른 민족이 쳐들어오면 파괴되거나, 빼앗겼다. 


문화재 환수란. 과거 역사 속에서 다른 나라에 빼앗긴 문화재를 우리 손으로 다시 되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당연하겠지만 문화재 환수는 제국주의 팽창과 깊은 연관이 있다. 


지금처럼 국제인권이나 약소국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던 시절, 강대국은 아무 거리낌 없이 식민지의 문화재를 자신의 나라로 가져갔다. 이 때 빼앗긴 문화재를 돌려받는 것이 바로 문화재 환수인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고려 미의 정수


수많은 외침에 시달렸던 한국 역시 무수히 많은 문화재를 빼앗긴 역사가 있다. 2019년 4월 기준, 해외에 있는 우리의 문화재는 21개국 18만 2080점. 이 중 일본이 전체의 42%인 7만 6382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개인 소장자에게서 환수한 고려시대 나전합 역시 일본에서 환수한 문화재. 


목기의 바탕에 나전을 가공하고 부착하는 공예품인 나전칠기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문화로 화려하면서도 영롱하고 깔끔한 빛깔이 특징이다. 고려 나전합은 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로 전 세계에 오직 3점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진다. 


고려시대 미의식의 절정을 상징하는 상자인 나전합 반환은 과거 외규장각 의궤 반환과 더불어 문화재 환수에 있어 굉장히 의미 있는 성과로 기록되고 있다.


강제력이 없는 협약으로 약탈국은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


도둑이 잡히면 빼앗은 물건은 돌려주는 것이 상식이다. 문화재 반환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상식과 상생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이미 고착화된 국제사회에서 문화재 반환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행동 아닐까? 


하지만 정작 문화재를 가져간 약탈국들은 빼앗긴 나라들의 환수 요구에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1970년에 불법 문화재 반입과 반출, 소유권 양도를 금지한 협약이 유네스코에서 체결되긴 했지만, 과거의 사례들은 대상이 아니고, 협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이 아니면 이 협약을 지킬 의무도 없다. 


실질적으로 약탈국들이 문화재를 돌려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주어지는 잠깐의 도덕적 칭찬과 원 주인국의 얼마간의 보상금 이게 전부다. 


하지만 대다수의 약탈국은 지금도 세계에서 선진국, 강대국으로 분류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 같은 평판이나, 작은 보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나라의 문화재를 보유함으로써 세계에 자신들의 권력과 힘을 자랑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재는 단순히 물건 하나로서의 의미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문화재 하나 안에는 그 유물을 만든 국가, 민족의 혼과 전통, 문화가 깃들어 있다. 


그러한 물건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약탈국이 가지고 있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상론일 수 있지만, 문화재가 지닌 진정한 가치가 빛을 발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자신의 문화재를 소유하는 날이 오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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