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편집부]
나무 / 지영호 시(詩)
소리없이 찾아오는 새색시 비
멈추었던 호흡 길게 내뱉어버리고
부신 눈 기지개로 아침을 연다
준비된 욕망들이 힘차게 솟아오르고
꽃들이 다투어 정열을 불태운다
소낙비 두꺼운 여름옷 흠뻑 적시고
파란 두루마기 한 벌 껴입는다
숨막히는 폭염에 목말라
실낱 지하수 혓바닥으로 핥는다
신은 붓으로 가을을 덧칠하고
풍요로운 열매가 배를 내밀며
찬서리에 속옷까지 벗어던진
사랑의 열매를 여물게 한다
절룩이며 다가오는 겨울 눈 앞에 보면서
부끄럼 감추려는 앙상한 나뭇가지
눈보라 흠뻑 뒤집어쓰고
상고대로 잠옷 갈아입는다
버선발로 금방 걸어간 노루발자국
하얀 이불 속으로 점점이 사라진다
이불속에서 뿌리 깊게 내리고
메말랐던 몸집을 추스르며
속삭이는 봄을 준비하는 나무
지영호 시인은...
시인이자 서예가이기도 한 지영호 작가는 동양서예협회 대상(국회의장상), 화백문학신인상, 초우문학회 백일장 대상 등을 수상했다. 동양서예협회 운영위원, 한국서화협회 초대작가, 한국서화교육협회 초대작가, 중앙서예협회 초대작가, 경기도서화교육협회 원로작가, 한-중 교류전 초대작가, 한-일 교류전 초대작가, 부산일보 사진작가,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