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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이십일 Aug 04. 2020

소이산은 알고 있을까?

시(詩) 한편 지영호 서예가

시(詩) 한편 지영호 서예가 


                              돌샘 지영호(서예가)  


소이산은 알고 있을까?


철원 평야의 뒷동산 

높지 않은 소이산(362m)

철원평야와 평강고원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소이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백마고지 철원역 노동당사 제2땅굴

남쪽은 대성산 북쪽은 오성산

철조망으로 분단된 천불산이 가슴시리다.


궁예의 도읍지 옛 궁터는 사라지고 

잠들지 못한 영혼과 유골이 퇴적된 백마고지

철원평야를 영글게 하는 보이지 않는 호수

지뢰밭이 지켜온 평화의 숲


폭탄 투하로 녹아내린 아이스크림 고지

승전보다 소모적 전쟁의 깊은 흉터를

눈물로 지평을 보며 심호흡해 본다.


조선족으로 창설된 중공군을 

인해전술용으로 파병한 중공

아군 인민군 중공군 

같은 동포 같은 민족끼리 

서로가 서로를 원수로 알고 싸워야 했던

이 기막힌 사연 얼마나 슬프고 잔인한 일인가.


산 보다 높이 쌓여가는 시체와 신음

노동당사로 숙청 된 양민의 비명과 통곡

끓는 피가 흘러서 한탄강이 되었던가.


철원평야 끝자락 이어지는 궁금증

도화지를 펼쳐놓은 광활한 농경의 평온

평강고원의 지평선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지뢰와 철조망 총칼을 녹여 기차를 만들고 

평화를 싣고 거침없이 달리는 조국열차 

월정리역에서 볼 수 있는 날을 

소이산은 알고 있을까

그래서 산고고불귀(山高故不貴)라 했던가.


* 산고고불귀(山高故不貴) - 산이 높다고 귀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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