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7(토)
책으로 수업을 하다 보면
엔돌핀이 팍팍 도는 순간들이 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고
아이들과 서로 다른 생각을
주고받고 나면 머리 위로
나름의 말풍선들이 둥둥 떠다닌다.
"인물, 사건, 배경.
묘사는 이렇게 해야지.
이 장면에서는
경험을 살려 글을 써 보자."
수업을 한참 하고 하루를
마감할 즈음이면 내가 다룬
책 속 세계가 실체인지,
내가 속한 이 세계가 실체인지
가끔은 헷갈릴 때도 있다.
이런 날들의 연속이 즐겁기는 하지만
어느 날, 보이는 세계의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났다.
인도에서
그녀가 왔다.
캐시미어 머플러와 꿀,약,
아이들에게 유행하는 치약등등 들고서.
어제 만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걸어오는 만남 속에서
비타민 한 통이 전력질주해
내 안으로 흡수되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그녀는
이곳에서 3주를 머물렀다.
동료로 만났다가
이제는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그녀.
나를 만나는 시간이
친정보다 더 따뜻하다고 말해 주는 그녀.
어디를 가나
누군가 반겨 주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던 그녀.
사실은
그녀가 다 뿌려 놓고 간 쪽에
더 가까웠는데 말이다.
그런 그녀가
이제 다시 인도로 돌아간다고 한다.
제자 예나도
한우리 교실에 메모를 남기고 갔다.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엄마를 닮았다고 해야 할지.
순간 울컥했다.
'우리는 각자의 일상을 살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만나겠지.'
오늘 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가끔 가는 대패삼겹살집에 갔다.
맛있게 고기를 먹고 난 뒤,
그녀는 조용히 튤립 꽃다발을 내밀었다.
“언니, 내가 인도 가고 나면
꽃봉오리가 필 거야.”
뜬금없이 왜냐고 묻자
자기가 없을 때
축하할 일이 많지 않았냐고 한다.
축하해야할 때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지하철을 타고 오다
꽃이 너무 예뻐서
생각이 나서 샀다고.
우리는 물질로만 살지는 않지만
마음은 종종
선물이나 물질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녀의 마음이 닿아서인지
자꾸 눈물이 난다.
이 눈물이
이별의 눈물인지
감동의 눈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그녀는 그녀의 터전으로 돌아간다는 것.
보고 싶을 거야.
친애하는 나의 그녀.
잘 지내다가
또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