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준 줄 알았는데, 다 받고 있었다

by 글빛마루

아들 녀석이 옷을 하나 샀다고 했다.

본인이 입겠다며 고른 옷이었는데,

결국 그 옷은 내 손에 들어왔다.


고등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20만 원이 넘는 옷을 샀나 싶었다.

자기는 작아서 못 입는다며

어머니 주겠다는 말만 남겼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그 아이의 마음을.


얼마 전,

아이들이 뽀글이 옷을 잘 입고 다녀

하나씩 장만해 주었고,

나는 딸아이 옷을 잠시 걸쳐 보았을 뿐인데

그 모습이 마음에 남았던 모양이다.


공부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이런 옷 사는 데 시간 쓰지 말라며

괜히 타박했던 말들이

뒤늦게 마음에 걸렸다.


그때 딸아이가 말했다.


왜냐고 묻자,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몰랐어요?

엄마한테 일부러 선물한 거잖아요.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게 주는 거.”


그제야 알았다.

이 옷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었다는 걸.


하루하루 모은 용돈으로

어머니를 한 번 입혀 보고 싶었던

그 아이의 마음을

나는 오늘에서야 입는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내가 준 줄 알았는데,

마음도, 선물도

오롯이 다 받고 있는 날.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참, 감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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