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우리는 때로 공허하다

책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순간들

by 글빛마루

남편은 늘 성실한 사람이다.

신앙생활도, 회사생활도, 가정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왠지 모르게 낯설고, 마음이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회복하니까, 당신이 왜 그래?”

"인생의 파도풀 한번 일으켜줘? 난 평안한게 좋은데..."


가볍게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았다.

번아웃처럼 보였다.


“글쎄...루틴한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평안한 게 좋긴 한데.”


그의 대답은 어딘가 건조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마음이 공허해서 그런 거지.

일만 하다 보니 마음이 삭막해진 거야.

만나는 사람도 다 일과 관련된 사람들이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이상하게 보는 사람중 하나다.
굳이 책을 통해 쉬려는...그런 사람.


그래도 꺼내고 싶어 말했다.


“난 그럴 땐 문학을 읽어.

아니면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로맨스 드라마를 보기도 하지.
이상하게 자기계발서는 덮게 되더라.”




며칠 전, 독서회에서 선생님들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진이쌤이 읽는 책은 너무 밝고, 성장형이고,

현실과 동떨어져서 비판할 만한 책이 많아요.”


나는 선생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다며 그 말에 웃었다.

사실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현실 직면은 때로는 우리를 과부하 상태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문학 읽기다.

소설이나 고전을 펼치면 마음이 채워진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사람들을 만날 힘이 생기고, 이야기를 나눌 힘이 다시 솟아난다.

왜일까?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살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성실히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게으름 때문도, 상황 때문도 아니라 마음이 건조해졌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그럴 때 책 한 권, 드라마 한 편이 우리 마음에 작은 파도를 일으켜 준다.

삶을 뒤흔드는 큰 사건이 아니라, 마음을 적시는 작은 울림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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