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장은
간장, 된장, 고추장
그런데 왜 이리 독이 많은가
야야, 어디 사는 게
기쁘다, 슬프다. 좋다, 싫다 뿐이더냐
기쁘면서도 불안하고
싫으면서도 꼬시고
요상한 마음 숱하더라.
이 장, 저 장, 간수할 소금도
한 독 채워 놓고
마늘 고추장, 매실 고추장, 더덕 고추장...
깻잎 장아찌, 무 장아찌, 고추 장아찌, 미역 장아찌...
끝이 어디가 있다냐.
삭히는 데는 장독이 최고니라.
판판한 돌 하나 눌러놓고 기다려
다 삭으면
그 전의 맛은 다 잊는거여.
아,
저것들이 다
엄마 인생 삭힌
독한 장독들이구나.
사는 동안 장독대의 장독들을 나는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다.
마치 엄마의 전유물처럼
늘 엄마가 그릇과 숟가락을 챙겨 손수 걸음하셨다.
내게는 심부름도 시키지 않으신 까닭은
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뜨고 나서 싹 야무지게 단속해 놓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덮어놓고 와야 하는데
내가 헤집어 놓고 푹 떠 온 자리 남길까봐 못미더우셨기 때문일까.
친정집 옥상의 줄지도 않은 장독대를 보니
그 장독들이
마치 엄마의 인생독 같아서
시 한 편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