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해동합니다

by 테이블

여름이

깊어갈 무렵

수확의 기쁨은 잠시.


넘치게 열린 살구들

동네분들, 친척분들, 친구들

모두 나누고도


말랑말랑해진 살구들이

후두두

마당가득 채웠을 때,


바닥에 떨어져 으깨진

한가득 살구보며

아버지 생전

"이런 게 더 맛나는 거여" 하시던.


동글동글 예쁘고 고운 것들

남들 다 주시고


마당 한가운데서

살구골라내시는 손길이

유난히 눈에 아른거렸다.


"물러지고 까매지고 난 안먹을래요"

다 큰 딸도 이러는데

어린 손자들이 손가겠나.


결국

술담그고

쨈만들고

하나 버린 것 없었다.


이번 여름

더 큰 딸은

물러지고 까매진

말랑말랑 살구들을


그 마당 한가운데서

제손으로

골라내고 도려내고

못난이 살구조각들


하나 버리지 못하고

얼려두었는데


오늘 문득,

그대로 갈아서

꿀 한술 섞으니

기가막힌 디저트

꿀맛이다.


해동된 추억이

사각사각

새콤달콤


맵지도 않은데

눈물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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