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는 당연히 나의 커리어를 서술하는 곳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하려는 채용공고에서 찾는 딱 맞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내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어, 이 사람 우리 일 잘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머리로는 당연히 알고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쓰다 보면 쉽지 않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일잘러'들도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직에도 경력이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포트폴리오 정리가 어려워 이직을 포기하고 스마트스토어의 세계에 뛰어들겠다던 친구도 봤다.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가 안타까워 포트폴리오 코칭을 해주었던 후기를 나누어보려고 한다.
| 우와.. 포트폴리오가 거의 실록이네?
한 회사의 서비스 초기 멤버로 활동했던 친구는 콘텐츠 기획, 영상 제작, 사업 계획서 작성, 계약 진행, 회계 처리 등 정말 많은 일을 했었다. 나도 스타트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일했을 때 직무가 무색하리만큼 다양한 경험을 했었다. 이렇게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던 친구는 총 35가지의 업무를 쭉 리스트로 적었다.
그런데'뭘 좋아할지몰라 다 넣어봤어' 식의 포트폴리오는 채용담당자의 피로감만 일으킨다. 혹시 이 경험이 도움 될까, 이것도 넣으면 좋아할까 싶어서 전부 다 넣는 경우 스크롤만 쭉 내리다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고 잊혀진다. 물론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했던 사람을 찾는 공고였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고는 1가지에서 2가지 정도 직무에서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만약 '영상 제작자'를 뽑는 공고에 지원한다면 사업 계획서 작성, 회계 처리에 대한 경험은 과감하게 빼라. 관련이 있는지 잘 모르겠거나 정 버리기가 아깝다면 간략하게 한 줄로 요약해서 써라.
| 당신은 세종대왕이 아니다.
내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들은 내 인생이 궁금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일들을 해왔고 그 경험을 통해 지원한 회사에서의 일을 잘할 사람인가? 가 궁금한 것이다. 내 경력을 시간 순서대로 줄줄 서술하는 실록이 아니었는지 점검해 보자.
| 공고를 부적처럼 옆에 띄워놓고 만들자.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면 지원할 공고를 꼭 옆에 띄워놓고 쓰면 좋다. 내 경험에서 포트폴리오에 넣을 내용을 찾다 보면 지원할 공고와 무관하게 '내가 제일 뿌듯했던 일', '수치적 성과가 좋았던 일' 위주로 고르게 된다. 공고에서 지원자격에 '모바일 환경에서의 다양한 컨텐츠 제작 경험을 가지신 분'을 찾는다면 그와 가장 연관 있는 경험으로 뽑아내야 한다.
경험을 뽑아냈다면 단순한 일의 소개와 요약이 아니라 아래의 내용을 중점으로 소개하면 좋다.
- 내가 이 일을 할때 어떤 점을 가장 중점을 두고 일 했는지
-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일 했는지
-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결론은 무엇인지
포트폴리오는 자소서가 아니므로 간략하게 읽기 쉽게 쓴다. '~했습니다' 식의 줄글보다는 아래의 형태로 한 눈에 들어오게 쓰는 것이 좋다.
- 문제점 도출 : - 개선 방법 : - 결과 :
| 사람의 집중력은 생각보다 짧다.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볼 때를 떠올려보자. 오늘 본 수많은 콘텐츠의 내용이 다 기억나는가? 도입부에서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쓱- 넘겨서 다음 콘텐츠로 넘어간다. 채용담당자가 포트폴리오를 검토할 때 이렇게 본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하루에 수십 장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는 사람이라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트폴리오의 가장 처음 부분은 면접관의 이목을 끌 확률이 가장 높은 황금공간이다. 이 황금공간을 나의 일대기를 쓰느라 관심도 없어할 경험으로 낭비하지 말자. 당연한 것 같지만 이걸 놓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내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는 사람은 나의 어떤 경험을 가장 관심 있어할까? 를 생각해 보자. 경험은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아니라 면접관이 관심 있어할 순서대로 배치해야 한다.포트폴리오에는 내가 했던 경험이 전부 다 들어가 있지 않아도 된다.
| 보면 알겠지? (X)
이 사진에서 당신은 어떤 부분이 보였나요?
이 사진을 보고 어떤 사람은 가격을 봤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영상의 구도를 봤을 것이다.
그중에는 아예 어린 시절 물감놀이를 했던 경험을 떠올리고 있을 수도 있다.
최대 시청자 수를 강조하고 싶었다
내가 볼 땐 당연한 내용도, 강조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본다.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빨간색으로 표시하든, 제목으로 강조하든 딱 집어서 알려주자.
잘 만든 포트폴리오는 채용담당자의 집중력을 최대한 아껴주고 친절하게 떠먹여 준다. 경력자의 포트폴리오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일잘러의 느낌을 여기서 묻어 나오게 할 수 있다.
만약 계속 탈락하는 포트폴리오로 고민이 많았다면 내 포트폴리오를 다시 보자.
채용담당자도 우리와 같은 처지의 수많은 일에 치이고 있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하면 명쾌하다. 나는 채용담당자에게 친절한 사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