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반장
왜소한 체구뿐만은 아니라도 미성인 말투 때문에 한 번은 더 그에게 눈길과 관심이 간다. 빨간 안전모를 쓰고 타워크레인 기사와 그의 동료에게 무전 연락을 하며 육중한 철근을 아파트 상층부에 척척 올리는 것을 보면서 일에 대한 자부심과 경험에서 나온 능숙함에 다시금 시선을 끌게 되는 것은 저 작은 체구 안에서 거인 못지않은 커다란 심장이 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철근팀과 준비와 시공이 겹치다 보니 오며 가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가 전에는 전기팀에서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설 현장에서 데마팀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인력으로 행하는 육체적인 중노동이다. 지하 2층의 가설 창고를 출발하여 개인 공구는 허리에 차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철근 절단기, 밴다, 사다리 등... 도구를 들고 메고 작업장을 향해 계단을 오르고 내려오는 것은 건설 현장에서 전공들의 일상적인 생활이다. 하루 걷는 활동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작은 체구인 철근 반장인 경우에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계단을 오르던 어느 날,
내가 오르내리는 계단수를 대충 세어보니 120층이 되더라구요.
계단실에 잠시 멈춰 서서 가뿐 숨을 몰아 쉬는데, 방진망이 설치되지 않은 창문 너머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나는 게예요.
그 순간, 아~!
'이건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어 철근 소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전기팀에 누군데, 뺑뺑이 돌릴 줄 알고 원하는 일당을 제시하며 철근팀에 가고 싶다고 하니 곧바로 허락해 주더라고요."
철근 반장은 현장을 두 개로 나눈 제2공구에서 2개의 철근팀을 지휘하고 있다. 철근을 인양하여 작업 준비는 물론 중국의 조선족, 베트남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작업을 마치면 설계 기준에 맞게 배근했는지, 결속은 잘했는지, 작업 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을 보완하는 마무리 작업까지 그의 손길이 닿는다. 매번 감독관의 지적 사항이 나와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투덜거리지 않고 대하는 것을 보면서 이 일에 대한 그의 선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산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비록 내국인의 비율이 10%도 안 되는 건설 현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은 하고 있지만 나름 소신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좀 더 많은 젊은 한국인이 건설 현장이나 생산 공장에서 본인이 선택한 직업에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한다면 철근 반장과 같은 잔잔한 미소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220901
*데마(일본어):최하 단계의 하청, 품하청
*방진망:창문이 생기는 자리에 내부 작업 시 먼지 유출 및 추락 사고 예방.
*뺑뺑이(철근결속기)
서양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