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작년 용운동 현장에서 월 한 두 번씩 로또를 사곤 했다. 동료 민배와 나의 고통은 안중에 없는 듯 정부 세금 정책에 기여한다며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주위 사람들에게 항거하듯
“로또에 당첨되면 좋고 안 돼도 공익사업에 쓰인다니 좋은 일 아니겠어!.”
하루 한 갑 이상을 피워대는 흡연자들에 비하면 약소한 금액이지만 우린 금요일이면 각각 10,000원, 5,000원을 기꺼이 기부했었다. 올초 현장을 세종으로 옮기고 민배와도 헤어져서 한 동안 기부 행위를 못했는데 오래전 같이 일했던 홍씨 형님과 전화통화 후 로또 구입을 꼭 하고 싶었다.
5월 마지막 주 금요일, 그동안 쌓인 피로와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여 개인 공구를 싸들고는
“어팀장한테는 미안하지만 오늘까지만 일하겠네.”
아직 현장에서 작업 중인 팀장한테 전화했다.
“무슨 일 있어요”
“철근팀의 횡포 때문에 더는 감정 조절이 안 돼.”
얼마 전 작업 공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형님이 하던 일을 저하고 바꿔서 하면 어떨까요?”
“팀장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이 현장에서는 더 이상 일하기 싫어.”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실직자가 되었다.
우리 팀은 어-우씨 두 젊은 친구들이 꾸려간다. 현장이 바뀔 때마다 업무가 정-부로 바꿔가며 불화 없이 10여 년을 꾸려왔다. 한 번은 우리 팀이 두 팀으로 나뉠 상황이었는데 내게 어느 팀으로 갈지 물었다.
조금 망설이다가
“어... 팀장이지.”
우팀장은 섭섭한 듯
“나는 왜?”
“면접 보러 나온 사람이 어팀장이잖아.”
“전화 통화는 나랑했는디.”
“첫 대면이 중하지...!”
작년 말에 시작한 세종시 현장의 공정이 늦어지면서 대전의 도마동 현장과 공정이 겹쳐서 어쩔 수 없이 올봄에 팀을 분리 운영해 왔는데, 두 팀장의 제안으로 우팀장이 관리하는 도마동 현장으로 출근하게 되어 실직 3일간의 달콤한 휴식을 끝냈다.
그런데, 6월 첫 주 금요일 홍씨 형님은
“전기기술자 가격증 있는 사람으로 급여는 ○백이상...”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지인에게 나를 소개를 하시겠단다. 쉬는 동안 홍씨 형님도 생각했었다. 나보다 연세도 한참 위지만 지금도 현직에 있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저분 연세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곤 했다. 나름 좋은 조건인데 도마동 현장으로 옮긴 지 며칠 안 됐고 팀장과의 관계를 쉬 저버릴 수가 없어 정중히 사양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이 남는 자리인지라, 그게 대박이라면 로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미련으로 내 마음을 흔든 홍씨 형님의 생년인 53을 35로 바꿔서 로또를 구매하겠다는 나를 바라보는 아내와 아들의 미소를 뒤로 한채 로또점으로 향했다.
20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