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있을 줄 몰랐다.
중학교 3학년초 토요일 하교길에 동네 어귀에서 번데기장수를 만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김친구가 근처 누님네 집에서 노란 양은 그릇을 가져와 번데기를 샀다. 소주는 어떻게 구했는지 기억이 없지만 대여섯 명이 번데기를 안주삼아 어른들 눈을 피해 뚝방 넘어 금강변에서 소주를 마셨다. 문제는 이 일을 작당한 친구, 우리에게는 신문물의 전파자였던 대전에서 이사 온 홍친구가 만취 상태가 되어서 정신을 잃었다. 아버지가 전직 형사였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몹시 겁이 나서 어떻게 해서라도 술을 깨게 해야 했다. 의논 끝에 강물에 세수를 시켰는데 오히려 상태는 나빠졌다. 오한에 이빨을 딱딱거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부모님한테 혼날 각오를 하고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모두가 조마조마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학급 조회가 끝나갈 무렵 담임 선생님의 한 마디
‘술 먹고 사고 친 딴펄 패거리는 기술실로 집합’
암막 커튼이 쳐지고 한 사람씩 선생님한테 불려 가 몽둥이로 맞는데, 내 차례가 되어 선생님께 다가가니
‘니가 있을 줄 몰랐다.’하신다.
‘몇 대 맞을래?’
맞는 동안 허벅지의 고통을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
‘니가 있을 줄 몰랐다.’
‘니가 있을 줄 몰랐다.’만 내 가슴을 쳤다.
201220
풍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