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안경

by 유현식

지금은 안경 쓴 사람들이 흔하지만,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 시절엔 전교생을 둘러봐도 안경 쓴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한 반에 60명이 넘은 우리 학년 6 학급에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이름 잊었지만 면서기란 별명을 불리어진 까만 뿔테 안경의 친구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한 학년에 한 명이 아닌 한 반에 여러 명의 안경잡이가 생기면서 나도 그 일원이 되었다.


강의가 끝나면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가방에 넣고 다니는 행동이 이상했던지 친구는 내게 다가와 그 이유를 물었다.

"이 험한 세상, 보기 싫은 게 많아서..."

80년대 유신 독재의 몰락과 신 군부의 집권, 집권 세력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지성인들을 억압하고 언론을 통해 무지한 사람들을 선동해 권력 유지의 방패로 세웠다. 대학가는 언제나 메케한 체루액에 신음하고, 무식한 사람들은 "학상들이 공부는 안 하고 데모질한다"고 손가락질 해댔다. 이런 혼란스러운 사회 현상을 안경 너머로 바라보기가 너무도 싫었다.


대전천 근처에 다다랐을 때, 나리는 중현이에게 요즘 안경을 쓰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중현은 내가 그랬듯 같은 대답에 묵묵히 뒤따라 걷던 그녀가 다리 난간 위로 무언가를 휙하니 냇물 위로 던졌다. 움찍 뒤돌아보니 그녀의 쓰고 있던 안경이 없었다.

다음날 새벽, 정림동 버스 종점의 첫 차가 출발하기도 훨씬 전 자전거를 타고 도심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대전천에서 나리가 던져버린 안경을 찾기 위해 시궁창을 뒤졌지만 아무리 찾아도 까만고 동그란 뿔테 안경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 후, 친구의 고백을 듣고서야, 두 사람도 강의실 밖에서는 한동안 안경 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내가 그랬듯이 그들도 렌즈 밖으로 보이는 굴절된 세상을 보기가 싫었나 보다.

2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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