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선물
여기저기 친구들의 퇴직 소식을 접할 때마다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 재작년 은행을 다니던 고향 친구가 명예퇴직 후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재취업에 성공했다.
공업고등학교였던 우리에게는 전공별 기능사 자격증이 필수적인 과제였다. 취업을 위한 객관적인 능력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는 2학년 2학기부터 기능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3학년부터 모두가 시험에 응시해야 하는 의무 검정제도가 있었다.
3학년 초 단체 접수를 위해 응시 서류와 응시료를 반장을 통해 접수하는데, 옆반 친구가 응시료를 빌리려고 여기저기 친구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친구들 중 유독 S시에 사는 친구들은 평판이 좋지 않아서인지 그 친구 역시 돈을 빌리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난처한 기색으로 우리 반 교실을 나오는 그에게 나의 비상금을 탈탈 털어서 빌려줬다.
며칠이 지나도, 시험이 끝나도, 합격자 발표 후에도 돈을 갚지 않아 S시 애들은 '다 그래'라고 단정 지으며 단념했다.
3학년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제일 먼저 현장 실습을 나가다 보니 학교 생활과 동떨어진 일상이 이어졌고 간간이 단짝 친구 몇몇과 만나는 일 외에는 옆반 친구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 교류가 끊겼다. 그렇게 3학년 2학기가 끝나고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다음 해 2월 졸업식장이다. 취업을 나간 친구들과 학교에 잔류한 친구들을 다시 만남 반가움, 졸업식의 아쉬움이 교차되는 졸업식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려는데 교문 옆 기능 탑 앞에서 누군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옆반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못 만날까 봐 무척이나 걱정했다며 반갑게 내 손을 잡아당기더니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내 손에 꼬옥 쥐여줬다.
어떤 사정으로 오해와 편견을 쌓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졸업과 함께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교문 옆 기능 탑 앞에서 내 손을 잡고 쳐다보던 그의 눈빛이 떠오르면 '다 그래'라는 편견에 대한 부끄러움에 얼굴을 뜨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