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오늘은 주상복합 건물(지하1~6층은 주차장, 지상 1∼3층은 상가, 4∼40층은 주거세대)의 33층 벽체 배관공사를 하였다. 우리팀이 하게 되는 작업은 전기, 통신, 소방에 관한 박스 설치와 배관 작업인데 낮은 위치의 콘센트와 스위치의 박스를 철근에 고정할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2m가 넘은 높이의 벽등과 유도등용 박스를 설치하려면 딛고 올라설 수 있는 기구로 의자나 사다리를 사용하다 보면 전도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안전 관리 명목으로 의자나 사다리 사용을 금지하고 ∏ 모양의 우마를 사용하라고 한다. 그런데 우마에 딛고 오르내릴 때와 이동할 때는 사다리가 훨씬 더 편리하고 작업 효율이 높다 보니 사용 금지란 명목이 무색할 뿐이다.
얼마 전 사다리를 이용하여 작업 중인 나에게 늙수룩한 안전 요원이 ‘산업안전법’을 운운하며 사다리 사용을 불허한다며 신경질적인 어투로 지적질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을 작업반장 및 팀원들에게 전달하였더니 그 사람은 다른 안전 요원과 다르게 다소 까탈스럽다며 무시하고 사다리를 계속 사용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 후부터 다른 공정 사람들처럼 사다리를 대신하여 50cm 높이의 플라스틱 의자를 이용하여 작업하는데, 언제 왔는지 살쾡이 닮은 그 늙수레한 안전 요원이 나를 째려보는 것이다. 뭔가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의자에서 내려서자, 그 늙은 살쾡이는 나를 아래위로 흝어보며
“나잇살이나 드신 분이 이러면 됩니까!” 하며
냅다 의자를 집어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도 성에 차지 않은 듯 넘어진 의자를 발로 몇 번이고 찍어 내린다. 플라스틱 의자의 다리는 휘청거리면서도 부서지지는 않았다. 살쾡이는 분해서인지 쪽팔려서인지 의자를 들고 저만지 가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자니 나도 울화통이 끓어올랐다.
‘진정!’
‘진정해!’
마음을 달래고 가다듬어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아∼악, ×발 ×같아 못해 먹겠네.”
“아∼악, 이런 엿같은 경우가 어딨어.”
한바탕 고함을 지르고 나니 화가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한 사나흘 살쾡이가 보이질 않다가 우연히 다른 공정의 안전 지도감시를 하던 중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후에도 여러 번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었는데, 오늘 벽체 작업 중에 그를 보았다. 유도등 박스작업을 하기 위해 사다리 위에서 작업 중인 나에게 우리팀의 스물다섯 살 난 막내가 내게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전한다.
“반장님, 반장님.”
“할아버지 안전요원이 왔어요.”
나는 빙그레 웃음 지으며
“알고 있어!”
라고 말하며 내 시선을 피해 저만치 서서 딴전을 피우는 늙수레한 노인을 쳐다봤다. 사다리 작업을 끝내고 베트남 철근반장 옆에서 스위치 작업을 하는데, 한참을 현장에 머무르던 살쾡이가 멋쩍은 표정으로 베트남여성 철근 반장에게 다가서더니
“추운데 밑에 층에서 고체연료 너댓개 갖다가 불을 피워요.”
라고 한다. 어라, 아침 조회 시간에 젊은 안전 요원은 화재 위험을 강조하며 고체 연료를 피우지 말라고 했는데..., 이 일화를 퇴근 전 대기실에 모여있는 팀원들에게 전하며
“그도 수컷은 수컷인겨!”라고 하니
안전 운운하는 지적질에 모두 억눌렸던 감정을 토해내듯 호탕하게 웃는다.
옆에서 듣고 있던 심반장도 한 마디 보탠다.
“생리 중인가뷰.”
여기저기 쿡쿡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2023. 0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