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항
50, 60, 70, 80은 딸, 나, 아내, 아들의 몸무게다.
나는 살찌고 싶은 사람이고, 아내는 살 빼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결혼 이후, 아내와 나의 꿈은 그저 꿈일 뿐, 아내는 늘어나고
나는 점점 줄어든다. 틈만 나면 거실 옆 저울에 올라서지만 아내도
나도 기대치에 못 미쳐 각기 다른 의미의 푸념을 하며 내려온다.
자동차 추돌 사고로 정형외과를 찾아 의사 선생님의 진료, 진단을 받고
간호사 선생님의 주사를 맞게 되어 엉덩이 한쪽의 바지를 내렸는데,
그 언니는 바지를 자꾸만 더 내리라는 거다. 아마도 찾던 엉덩이가 보이지
않아서 그랬을 거다.
한의원에서 침술 시술을 받고 부항을 뜨는데, 설정한 3분은 고사하고
10초도 못 견디고 부항기는 요란한 비명 소리를 내며 바닥에 하나, 둘 떨어지는지라
두 손을 등 쪽으로 돌려 부항기를 잡고 있어야 했다.
한의사 선생님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등 뒤에서 떨어진 부항기를 다시 붙이기 위해
압력을 높이고 여기저기 옮겨가며
'마른 체격이라...'
난감한 듯 애는 쓰고 계시지만 부항기는 결국 나를 버리고 말았다.
"나이 먹어서는
살 빼고.
욕심 빼고.
지갑 빼고.
빼고 가 최고."라고는 하지만 나는 살이 찌고 싶은 사람이다.
2017. 7.
철원 석창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