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두(me too)

me too

by 유현식

20년 경력의 학원 강사의 눈에는 좀 명랑하고 쾌활한 여학생으로 구성된 반으로 느끼고 있었는데, 젊은 선생님들은 감당하기 어려웠던지 내게 수업을 부탁했다. 수업을 진행하며 13살난 세 명의 여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맹랑’이란 단어를 생각해냈다.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고 경제적으로 커다란 걸림돌이 없는 평범하고 활기 발랄한 애들, 한참 인기 있던 손담비 노래의 히트곡을 좋아하며 손담비 따라쟁이가 된 애들,

‘미쳤어~♬’

‘미쳤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어깨를 들썩거리던 애들,

세상이 미친 건지?

사람이 미친 건지?

영상 속에도 생활 속에서도 ‘미쳤어~♬’가 유행하다 보니 수업을 할라치면 시도 때도 없이 몸을 가만두지 못하고 고개를 내저으며

‘미쳤어~♬’

를 흥얼댄다.

주의를 줘도 잠시뿐, 손담비와 접신한 걸까?

‘미쳤어~♬’

‘미쳤어~♬’

웅얼대는 애들에게 다가가면 잠시 멈췄다간 뒤돌아서면 또다시 반복되는 행동에 회초리를 갖고 다가서면 손을 휘저으며 결사적으로 반항한다.

이번엔 경고에 그치고 수업을 다시 진행하는데,

‘웅얼~♬’

‘웅얼~♬’

휘초리를 갖고 다가가니 아까보다 더 쎄게 손을 휘저으며 저항한다. 손을 잡으려 다른 손을 내밀자

‘원장선생님 신고 할 거에요’

신체 접촉에 대한 반항이다. 맹랑하게도 열세 살 꼬마 숙녀가 내뱉은 말이다. 내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이다. 마누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구하고 더 이상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듯 싶어 전업을 단행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굵직굵직한 성의 대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전업 후 지금까지도 세상의 변화에 무딘 사람들과 아직도 열세살난 여자애 같은 대응력에 손담비의 명곡 ‘미쳤어’를 다시 듣고 싶어진다.

-스칼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