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일지(1)

아들보다 두 살 어린동생

by 유현식

우리팀에 새 식구가 온단다. 모두 들뜬 마음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는 현실이 안타까워서인지 20대 젊은이가 온다니 한결같이 몸과 마음이 파란 빛깔이다.

" 몇 살이래?"

" 경력은?"

" 누구의 소개를 받았대?"

...

궁금한게 꽤 많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기로 한 그가 현장 정문에 있으니 사무실로 인솔하란 소식이다. 그의 전화 번호를 받기로 하고 정문으로 가는데, 문자를 받기도 전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훤칠한 한국 젊은이가 낯익은 작업 공구를 어깨에 메고 있어 쉽게 알아 알아볼 수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고 그와 동행하면서 조심스레 나이를 물으니 26세라고 한다. 우리 아들보다 두 살 어리다고 강조하고 그의 동태를 살피며 경력을 물어보니 6개월 정도 내부 작업을 했단다. 원래는 내부 작업할때 알고 지내던 형이 추천하여 같이 오기로 했는데, 전에 나와도 함께 일했던 그가 어떤 사정이 있는지 오지 않고 청년만 왔다.

팀장의 특별 조처로 그와 한 조가 되어 작업하게 되었다. 간혹 전기일을 배우겠다고 왔다가는 한 나절을 못 버티고 그만 두는 사례가 여러번 있었기에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였다. 작업 하면서 간간히 현장 상황과 우리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아직 초기 단계의 공정이라 시간에 쫓기며 작업할 상황이 아니다보니 그가 경험하지 못한 작업을 시현하고 직접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더니 무척 재미있어 한다.

무슨 일에 종사하든 재미가 있어야 힘이 덜 들고 시간도 하루도 잘 간다.


퇴근길 이 젊은 친구와 통화하는 도중에

"형님, ㅇㅇㅇ."

우리 아들과 두 살 차이라고, 그렇게 눈치를 줬건만...

며칠후,

둘 만이 작업하게 되었을때.

"엊그제 태중이 형하고 통화하다가 혼났어요."

같이 오기로 했었던 그 친구다.

" 왜?"

"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 뭐라고 부르래?"

" 기사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 편한대로 불러"

멋적은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형님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것 같다.

음식점에 일하는 분들에게 이모님, 삼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건설 현장에서는 작업반장이외에 일반적인 대상일 때에도 반장님, 같은 공정에 속하는 친근한 사이에는 00형, 연배 차이가 있는 경우는 형님 또는 누구누구 기사님이라고 불렀는데, 최근에는 부쩍 나이와 상관없이 형님, 형님하는 것은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함께하는 동료애에서 비롯된것이 아닌가 싶다.

2010년 8월 5일 칠레의 구리 광산이 무너져 33인의 광부가 지하 700m의 갱도에 매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넓이가 40평방미터의 대피소에는 높은 습도와 썹씨 32도시의 더운 공기, 기름으로 오염된 산업 용수, 광부 10명의 이틀 분 비상식량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공포와 갈등이 있었지만 작업반장의 지도하에 질서와 규칙을 세우고 턱없이 부족한 식량을 한 숟가락씩 나눠 먹으며 서로 위로하고,기도하고, 지병이 있는 사람을 간호하고, 상황을 기록하는 등 각자의 특기를 발휘하여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기적은 69일 만에 이루어졌다. 33인 전원 생환은 열악한 환경에서 땀과 정으로 맺어진 동료애가 없었다면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아직도 " 기사님"보다는 "형님" 그 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형님, 흐흐흐..."

너스레를 떨며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아들 보다 두 살이나 어린 동생이 되어버린 그의 모습이 보기 좋다.

-크리스탈패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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