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꽃이 너무 좋아 꽃을 키우며 도심속의 정원같은 카페를 운영하는 아내, 300여 종의 꽃들과 1000개 넘는 화초를 관리하는 바쁜 아내를 위해 살림남을 자처했다. 대학을 다닐 때 자취한 경험이 있어 결정한 일인데 막상 닥쳐보니 만만치 않다. 최근 대전에서 오송 현장으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한 시간 이상 늦어지고 있다. 빠듯한 저녁 시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세면 전 새벽에 하지 못한 설거지와 쌀을 씻어 밥솥에 앉치고 목욕 후 세탁기를 돌린다. 시장 보는 일은 매일 있는 일은 아니어도 부담스런 과제다. 할 줄 아는 음식이 별로 없어도 그 양이 만만치 않아 습관처럼 냉장고에 붙어있는 메모지를 떼 내어 집을 나섰다. 간혹 빠뜨린 품목이 있어 난감했던 경험이 있어 요즘은 생각이 날 때 마다 냉장고에 붙여놓은 메모지에 적고 또 적는다.
시장을 보고 오는 길에 아내와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무인 빙가류 가게에 들러 콘과 바를 한 아름 사서 집에 와보니 밥이 되어있다. 장을 본 재료로 얼렁뚱땅 식탁을 차리고 밥 한 그릇을 해치우고 나니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생각나 냉동실에서 비둘기콘을 집어 드는 순간
‘아차! 아이스크림 가게에 내 카드’
허겁지겁 옷을 걸쳐 입으며 집을 나서는데 머리가 멍해지며 온갖 상상이 밀려왔다. 얼마 전에도 카드를 잃어버려 재발급 받은 건데, 건방증을 탓하며 허둥지둥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 서자 마자 결제기에 꽂아 놓았던 카드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아! 이런...’
자책하며 카드 결제기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카드는 결제기 위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내가 다녀간 후에 다른 손님이 왔다 갔다는 사실에 내 심장은 불신에서 감동으로 심박수를 바쁘게 했다. 카드를 집어 들고 집에 돌아와 식탁 위에 놓아둔 말랑말랑한 비둘기콘을 먹으면서 아내가 꽃이 많은 가페를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다는 질문이 생각났다.
“퇴근할 때 이 많은 꽃은 어떻게 하나요?”
“이대로 둬요.”
“안 가져 가요?”
“네, 모두가 지켜주나 봐요.”
애기 주먹만한 화분부터 어른 몸통 크기의 다양한 화분이 분실될까 걱정에 대한 문답이다. 아내가 비둘기콘을 좋아하는 것도 오늘 따라 우리 동네 비둘기콘이 더욱더 달콤하고 맛있는 것도 내가 느끼는 감동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사과대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