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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r 14. 2024

태국 동전빨래방에서 깨달은 판매전략

영리하다 증말

장기여행을 하면서 생기는 가장 큰 변화는 빨래다. 그것도 동전빨래방을 이용할 일이 많아진다. 한국에선 집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으니 빨래 걱정 없이 살다가 외국에 오면 빨래가 제일 큰 걱정으로 다가온다. 말 나온 김에 태국 동전빨래방에서 깨달은 판매전략을 건조기 돌리는 28분 동안 적어보겠다.


1. 동전 교환은 전용빨래코인을 섞어서

동전 없이 지폐만 들고 갔다. 당연히 동전교환기계가 있을 거란 믿음. 빨래방업체는 그 믿음을 제대로 이용해서 빨래방동전 7: 태국동전 3 비율로 섞어서 거슬러준다.


태국동전으로도 기계를 돌릴 수 있지만, 절대로 순순히 태국동전을 거슬러주지 않는다. 빨래방동전이 남으면 고객을 재방문시킬 수 있기때문이다. 잊고 있었는데, 지난번 태국 동전빨래방에서는 자체 빨래방코인으로만 교체해 주더라. 그곳에 비하면 여긴 양반이네.


2. 세제도 셀프로 준비해야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가 있어야 세탁기의 진가가 발휘된다. 없다면 사비로 구매해야 하는 법. 혹시 몰라서 한국에서 세탁시트세제 챙겨 온 나를 칭찬한다. 그래도 기계의 세제 가격을 보니 5바트다. 비싸게 팔지는 않으니 나름 양심은 있다고 해야겠지.


3. 90분 이내 빨래해 드림 서비스

빨래는 세탁기가 하지만, 시간이 소요된다. 중간에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옮겨야 하기에 손님은 동전빨래방을 떠나지 못한다. 사실 태국엔 빨래서비스를 하는 세탁업체가 많다. 그래서 동전빨래방도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90분 이내 빨래해 드림 서비스를 운영하는 듯. 당연히 저녁에 귀가 후 샤워하고 빨래하러 와서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는 드물지만 일본에는 없었던 서비스라 눈에 띄었다.


4. 불편하게 건조기가 위에 있는 이유

일반적으로 세탁을 한 다음 건조기를 돌리기 때문에 세탁기가 위에 건조기가 아래 있는 게 편리하지 않나. 태국 동전세탁방은 건조기가 위에 세탁기가 아래에 위치해 있다. 키가 160cm 이하라서 왜 건조기가 위에 있는지 심통이 났다. 거의 농구공을 골대에 던지듯 열심히 점프해야 하기 때문.


생각해 보니 태국은 보통 뜨거운 여름날씨기 때문에 세탁기만 사용하고 건조는 집에 가서 하는 경우가 많겠구나 싶더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하는 기계가 눈높이에 있어야 하니 낮에 햇빛이 충분한 나라는 세탁기가 아래 있는 게 맞겠군.


빨래를 돌리는 동안 혼자 의문 갖고 혼자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그런지 세탁기엔 한국어까지 있을 정도로 언어제공이 다양한데, 건조기는 태국어, 영어뿐이다. 더운 나라에서 동전빨래를 돌리는 입장이 되고서야 보이는 시스템이 새롭다.


5. 자세히 보일수록 기특한 디테일

깨끗한 손으로 빨래를 만질 수 있게 세면대를 두었다. 손세정제와 손수건까지 준비된 센스. 세제도 쉽게 뜯을 수 있도록 가위를 벽에 달아놨다. 빨래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바구니를 넉넉히 구비했다.


빨래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무료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이건 다행히도 모든 동전빨래방의 기본값이 된 것 같다. 나아가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불편한 점은 문의할 수 있도록 소통채널을 QR코드로 연결할 수 있게 해 두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스무스하게 진행되어 문의할 일이 없는 게 가장 베스트겠지만! 필요할 때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굉장히 화가 난다는 걸 동전빨래방 업체는 아주 잘 아는 것 같다. 빨래방동전이 남아 다시 돌아와야 하는 빨래유목민의 굴레. 한 빨래방에만 귀속되지 않도록 당분간 동전을 열심히 모아야겠다.

띠잉. 마침 빨래 건조가 끝났다. 한 시간만에 땀 쭉쭉 흘린 축축한 빨래가 세상 뽀송한 빨래로 탈바꿈한 것에 기분이가 한껏 좋아졌다. 동전빨래방이 곁에 있어서 퍽 고마워지네. 얼른 빨래 챙겨서 집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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