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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테디 Apr 06. 2022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그대에게

다시 브로츠와프 공항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면서 점차 현지인처럼 될 무렵


폴란드에서의 두 번째 근교 나라 여행이 시작되었다. 몇 주 전 공항을 와봤기에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2020년 두 번째 출국이랄까. 아담한 브로츠와프 공항이 낯설지가 않았다.


LG라고 쓰인 전광판이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사실 나의 첫 계획은 스코틀랜드 한달살기였다. 부푼 기대와 설렘을 안고 현실적으로 스코틀랜드에서 한 달을 살려면 얼마가 필요한 지부터 알아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비쌌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알아본 결과 3주 정도에 평균 숙박비는 90만 원 정도. 그나마 저렴하다고 한 편이었고 개인실이었고 침대가 있었지만 사진에서만 봐도 좁아 보였다. 아주 잠깐 생각을 했다. 


나의 큰 덩치로 저 좁은 방을 21일을 지낼 수 있을까.

그러자 바로 결론이 나왔고 다른 도시를 생각하다 보니 나온 게 폴란드였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폴란드를 한달살기로 정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폴란드로 결정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15년도에 3박 4일을 런던에 있었지만 그땐 지금처럼 '여행' 자체에 대해 잘 모르는 햇병아리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폴란드를 가는 김에 잠깐 가보자해서 던은 이미 한번 다녀와봤으니 조금 더 새롭고 신선한 스코틀랜드로 떠나기로 했다.


시간이 꽤 여유로워서 공항 내 코스타 커피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운이 좋게도 에딘버러행 항공권을 찾아보던 찰나에 정말 절묘한 타이밍으로 라이언에어 왕복 4만 원짜리 티켓을 찾았고 찾은 즉시 바로 결제했다. 항공권을 결제하니 나머지 숙소 예약과 여러 부수적인 것들은 일사천리로 진행.


너무 저렴하게 티켓팅해서 얼떨떨하기도


스코틀랜드를 가고 싶은 결정적 이유 


스코틀랜드 여행에 관한 여러 정보를 찾던 중 내게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건 바로 해리포터였다. 


그렇다.


알고 보니 스코틀랜드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한 작가 J.K. 롤링의 고향이었다. 특히 에딘버러에 가면 해리포터 굿즈 스토어, 작가가 해리포터 집필했을 때 자주 갔던 카페, 소소하게 해리포터 관련 명소 등이 있다고 한다.




해리포터를 덕후인 나에겐 스코틀랜드 그리고 에딘버러를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당연히 해리포터 팬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은 성덕(성공한 덕후)이 되러 가야 하는 곳이랄까 






이게 그 악명 높은 라이언에어라구요?!


비행기 탈 시간이 되었지만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앞섰다. 그 이유는 바로 라이언에어. 

흔히들 라이언에어가 유럽 내 저가항공사들 중에 best가 아니라 worst인 걸로 손에 꼽는다고들 했다. 그다음으로 부엘링 항공과 이지젯. 이미 몇 년 전 부엘링 항공과 이지젯을 타본 경험이 있었고 생각보다 크게 불편함은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라이언에어는 탑승하기도 전에 약간의 겁을 먹었다. 종종 라이언에어를 타 본 여행자들을 만날때면 늘 같은 이야기였다.


"착륙할 때 좀 거칠게 착륙해서 놀라시지는 말고 아마 착륙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박수를 쳐요. 너무 자연스러운 분위기라 본인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을 거예요"

 

떨리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저가 항공답게 연결통로 없이 비행기에 직접 오르는 시스템이었다. 좌석을 확인한 후 앉으니 생각 외로 공간이 좁지 않아 그나마 편히 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날씨가 우중충했지만 그래도 무탈 없이 이륙

  

무슨 일이 생기질 않길 바라며 조마조마하면서 탑승


2시간이 지났을쯤 곧 도착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서서히 에딘버러 공항이 보이고 조금씩 비행기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비행기 바퀴가 나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눈 깜짝할 새에 쿵 하는 큰소리와 함께 착륙을 했다. 얼마 있다가 승객들이 하나둘씩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그렇게 에딘버러에서의 짧은 여행을 시작했다.





천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에딘버러 공항을 나와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길. 생각보다 날씨가 화창해서 놀랐다. 보통 영국의 겨울 날씨라 하면 우중충하거나 비가 자주 내린다고 하는데 막상 도착하니 푸르디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햇빛으로 마치 금방이라도 봄이 올 것처럼 따뜻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는 중에 잠시 멍하니 창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눈으로 담았다.

 



공항버스의 종점인 Waverley역에 내렸다. 공항버스에 내린 후 잠시 주위를 둘러봤을 때 마치 영화 해리포터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몇 백 년 전에 지어진 듯 한 왠지 모르게 사연이 있을 법한 건축물과 곳곳에 보이는 이층 버스 그리고 칙칙한 색감.


어쩌면 런던보다 더 영국스럽다는 말이 어울리는 도시는 아닐까




얼마 가지 않아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숙소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운영해보고 싶을 정도로 이상향에 가까운 호스텔이었다.


POD라 해서 캡슐형 침대로 구성되어 있고 당연히 커튼도 있고 안에 선반, USB 포트, 작은 옷걸이, 그리고 수건 거치대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단지 아쉬운 건 사다리가 살짝 옆에 있어서 오르락내리락 불편하다는 점.


샤워실도 넓고 뜨신물도 콸콸 나와 너무 만족스러웠다. 1층부터 3층까지 Room, 0층엔 리셉션과 키친 그리고 몇몇 테이블과 의자 -1층엔 Bar와 Common lounge가 있어서 공용공간과 룸을 각 다른 층으로 분리했기에 소음이 없어 완벽했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모름지기 여행 첫날은 자유일정으로 시작하는 타입이라 숙소에서 나와 계획 없이 에딘버러 그 자체를 느끼고 싶어 가볍게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 주문을 걸으면 실제로 내 눈앞에서 일어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Accio Firebolt 또는 Accio wand라 말하면 어디선가 빗자루나 지팡이가 날아올 것만 같았다.


해리포터 굿즈 스토어에서 지팡이 하나 살걸 그랬다.
Accio firebolt(아씨오 파이어 볼트)


런던도 택시가 귀엽지만 에딘버러도 택시가 귀엽다.


런던과 마찬가지로 에딘버러의 택시들의 외관은 인상적이었다. 각자 저마다의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승객들을 타게끔 하는 매력이 있었고 택시 외형 또한 귀여웠다. 하지만 택시 미터기 요금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익히 들어서 걷기로 했다.


왜냐 난 뚜벅이니까


2015년 런던 택시


얼마 가지 않아 멀리서 백파이프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백파이프 연주 소리에 이끌려 더 가까이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을 입은 중년의 악사가 백파이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과 백파이프 연주에 사로잡혀 약간의 팁과 함께 잠시 연주를 듣기로 했다.


실제로 백파이프 연주를 들은 소감은 우렁차고 용감하다랄까.



마치 멜 깁슨이 주연으로 나오는 <브레이브 하트> 속 장면이 떠올랐다. 전쟁 바로 직전 병사들의 사기를 증진시키기 위한 아주 우렁찬 백파이프 연주였다.


이리저리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고 근처 펍에 갔다. 여행을 하면서 종종 그 나라 전통음식을 먹곤 하는데 이번엔 스코틀랜드 전통음식인 하기스를 주문했다. 


하기스는 양이나 염소의 부속(심장, 허파, 간)을 잘게 다져 귀리/보리와 향신료를 섞은 다음 위장에 꽉꽉 채워 삶아낸 요리로, 한국의 순대와 유사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식감은 분식집에서 나오는 돼지의 간과 같고 맛은 순대하고 비슷했다. 조금 느끼해질 때쯤 생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마셨다. 






해리포터 덕후라 행복합니다.


기분 좋을 정도의 취기와 함께 또다시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길을 가다 보니 WORLD OF WIZARDRY라는 글자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곳인가?



약간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안고 가게를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내 예상은 정확했다. 그렇다. 해리포터 굿즈 스토어였다. 영화에서만 봤던 모든 것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한참을 구경하고 또 구경했다.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게 많았지만 집에 가지고 오기엔 둘 곳도 없고 뭔가 먼지에 쌓일 것 같아 눈으로만 담아오기로 했다.


여기에서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했다고 한다.

영국답게 해가 빨리 지고 밤이 되었다. 거리엔 퇴근하는 현지인들과 이제 막 에딘버러를 도착한 여행객들로 거리가 조금은 붐볐다. 


굉장히 영국스럽다.

보랏빛으로 물든 밤하늘이었다. 이층버스와 함께 거리의 풍경이 더욱더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 특히 유럽으로 여행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이국적인 거리와 풍경'이지 않을까 싶다.














현저하게 에딘버러는 런던과는 느낌이 달랐다. 더 고풍스러웠다. 에딘버러만의 유니크한 감성이 짙다고 해야 할까. 런던과는 다른 분위기에 다음날 일정 또한 기대가 되었던 하루였다.






1월 18일  “After all this time?” “Always,” said Sn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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