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필요 없다. 다 남는 장사다.
여의도에 있는 방송작가교육원.
나 거기 다녔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다니자마자 보조 작가도 됐다.
그때는 정말 옳다구나 싶었다.
신이 세상에 날 보낸 이유가 이거구나 싶었던 거다.
헛물 제대로 들이킨 거다.
드라마 작가의 꿈은 될 듯 말 듯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공동 집필도 해보고,
지상파 극본 공모에서 최종심까지 됐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너무 높은 꿈을 꾸다가 세월만 보냈다고 자책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냥 세월만 보낸 건 아니더라.
덕분에 난 흔치 않은 경험과 얘깃거릴 갖게 됐다.
유명한 드라마 작가도 알게 됐고,
함께 일해보기도 했다.
내가 쓴 대사를 배우의 입을 통해 TV로 듣는 황홀한 경험도 했다.
그 배우 중 한 명이 바로 유승호다!
나는 13살의 유승호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준 여자다.
이런 경험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난 이걸 두고두고 자랑한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이루지 못한 꿈도 선물을 남겨준다.
비록 드라마 작가로 날리진 못했지만,
덕분에 난 글쓰기를 계속 연마하는 시간을 가졌고,
덕분에 한 교육회사에 들어가 글 쓰는 일을 계속하게 됐다.
꿈을 꾸고 노력하다 보면 설사 그 꿈을 이루지 못해도,
또 다른 꿈의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러니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절망하지 말길.
신은 한쪽 문을 닫으면 또 다른 문을 열어두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