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별로 김신효정이 토종씨앗을 보관하는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할머니가 직접 키운 걸로밥을 차려주는 사진을 시작으로 할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할머니들은 대부분 전쟁기간에 생존했고 급성장기인 70-80년대와 민주화운동을 거쳐 현재까지 살아계신다.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위해 살아본 적 없고 굶지않기 위해 억척스럽게 살았고 삶이나아지니 나이가 들어버렸다. 할머니들의 삶은 고단했다. 선택한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랬다. 고단하게 살아야 했고 세월이 흘렀고 남은 건 씨앗과 작은 밭이다. 그래도 현재의 할머니들은 자신의 삶을 살고 계시다.
옛날부터 씨앗을 보존하는 일은 여성의 일이었다. 가장 좋은 열매나 야채를 남겨두고 씨를 이어가는 게 당연한 일이었고 시집살이하면서 시엄마한테 씨앗보과법과 농사법을 배운 게 슬프지만 그덕분에 토종씨가 보존되었다. 할머니별 지역별 우리가 알지 못하는 토종 벼나 밀로 만든 된장레시피도 신기했다.
토종씨는 오랜 세월 한국 기후에 적응한 씨앗이라 1세대로 삶이 끝나는 씨앗과 궤가 다르다. 현재 인간이 심화시킨 기후위기에 가장 피해를 먼저 받는 건 식물세계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후 적응력이 뛰어난 토종씨는 매우 중요하다. 토종씨를 이어가는 활동이 지역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활동하는 텃밭모임도 그렇게 시작되었는데 초록 생명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아서... 더 공부하여 할머니들과 함께 토종씨를 보존하겠습니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작가 여행 에세이. 10년 전쯤부터 기록한 여행의 기억을 정리한 내용이다. 정세랑작가 소설도 1도 안 읽어봤는데 친구가 에세이를 추천하길래 소설보다 먼저 읽게 되었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유럽부터 일본까지 다양하게 다녀오셨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간 여행기는 내가 여행이 간 듯 기분이 좋아진다. 전반적으로 같이 여행한 듯 행복했고 특히 작가님이 미술관을 좋아해 나라별 미술관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책 마지막엔 나는 충분히 돌아다녔으니 다른 사람에게 여행을 양보한다는 말. 저도 그만 돌아다니고 못 가본 사람에게 양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 교수님의 덕후 같은(?) 기후위기 관련 책. 이산화탄소가 발생 기저, 과거의 기후위기 5가지 썰, 그리고 재생에너지까지 다양한 관점으로 기후위기에 대해 설명한다. 심지어 기후위기를 증명하기 위한 과거 과학자들의 이산화탄소 실험도 알려준다. 어렵게 써 내려간 책은 아니지만 정보가 방대해 시간을 들여 한챕터씩 읽어나간 책이다.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작가의 첫 장편소설. 이름만 들어본 작가계의 인싸인 이슬아의 책을 드디어 읽어본다.
가부장을 딸로 바꾼 단어인 가녀장으로써 일상과 일을 써 내려간 책이다. 본인 출판사를 차려 가족들과 살고 가족들을 고용했다.구분을 위해 부모님을 이름으로 불러드림으로 각자의 인생을 서술해 준다.엄마는 복희라 부르고 아버지는 웅이라 부른다.복희는 부엌담당으로 밥을 준비하며 메일관리와 스케줄 관리를 한다. 웅이는 청소와 출장 시 기사일을 한다. 일로써 복희와 웅이로 불려지는 것이 엄마, 아빠라는 단어보다 삶이 존중받는 느낌이다. 가사와 잡무를 일로 존중해 주고 자본주의적이지만 급여로 지급하기 때문이랄까? 그리고 특별 복지인 김장, 된장휴가가 나오는데 굉장히 신박하고 한국에 꼭 필요한 제도로 느껴진다.
소설 속 이슬아는 글을 업으로 생각하며 책에 얼마나 진지한지도 엿볼 수 있었다. 자기 관리를 위해 매일 요가를 하고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시간에 맞춰 글을 쓴다. 글의 재미와 순수함을 알리기 위해 아이들 글쓰기 수업도 꾸준히 한다.본인 집을 회사로 집으로 쓰고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모님을 직원으로 쓴다는 건 생각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데이해하고 조율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