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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May 18. 2024

4월 11~14일 : 혼란스러운 칭따오 여행

4월 11일 목요일

중국 여행은 처음이다. 중국 유학생 출신인 써니가 사소한 충격이 있으니 단단히 준비하라 했고 서씨는 도시니까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뭔가 출발 전부터 오랜만에 긴장이 됐다.

 함께 여행 가기로 한 서씨는 전날 테니스 동호회에서 술을 얼마나 먹은 건지 꽐라가 되어 공항 가는 버스에 탑승했고 그렇게 도착한 인천공항 T2에선 서씨의 캐리어가 사라졌다!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진짜 없어졌다. 혐오적 표현 쓰면 안 되지만 분명 범인은 중국인으로 예상됐다. 한국인은 이런 실수 안 하거든. 모양도 크기도 다른 색만 엇비슷한 캐리어를 가지고 내리는 건 중국인뿐. 그렇게 짐 없이 미니멀 여행 하나 싶었는데 T1에서 캐리어를 잘못 가지고 간 조선족 아주머니가(역시 중국인) T2로 달려오고 계신다는 연락을 받고 우여곡절로 원래 캐리어를 되찾았다.

 칭따오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가지만 칭다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전철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버스를 타면 가깝다고 했지만 대륙의 교통체증은 감당 불가라 전철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렇게 오후 5시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도착했다.

도착한 호텔의 직원이 영어를 못 했다. 서씨가 간단한 중국어 회화가 가능해 겨우 소통해서 체크인을 했다. 외국인인 우리에게 호텔 서비스 설명도 안 해주고 중국어로만 뭐라 뭐라 짧게 말하고 끝. 엘리베이터에선 스피커폰 통화하는 중국인을 만났다. 이렇게 사소한 충격 시작인가?

  첫 끼로는 한국인에게 유명한 농어찜을 먹기로 했다. 중국표 우버인 디디싱추를 타고 농어찜이 파는 완샨청이란 대형 쇼핑몰로 향했다. 우리는 가장 인기 있는 마늘 농어찜을 시켰다. 철판에 기름에 지글지글 있고 여기에 농어가 한 마리 있고 원하는 토핑을 3가지 이상 넣어 먹어야 했다. 칭따오 맥주와 마시니 당이 차는 게 개 꿀맛이다. 칭다오 맥주는 한국에서 먹던 맛과 조금 달랐다. 한국에서 파는 병 칭따오는 탄산이 강하고 씁쓸함이 있는데 중국 병 칭따오는 부드러운 탄산과 깔끔함이 먼저 느껴진다. 그렇게 생선과 맥주를 흡입하고 숙소로 돌아와 2차로 오이 감자칩과 마라콩을 안주로 삼아 또 맥주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


4월 12일 금요일

 와~ 아침부터 안개가 짙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칭다오에서 바다와 시내 뷰는 관광은 모두 포기하고 조식을 먹고 칭다오 제조공장에 가기로 했다. 조식 먹기 전엔 수영장도 다녀왔는데 이날이 첫 수영이자 마지막 수영이었다. 혼자 하는 수영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물론 빠지진 않겠지만 중국 스케일의 커다란 수영장에서 가드 없이 홀로 수영을 하는 것이 무서울 줄 몰랐다. 수심이 1.5M라 턱까지 물이 찼다. 30분 정도 수영을 하니 그제야 가드가 출근을 했고 이미 알 수 없는 무서움을 느낀 나는 후다닥 숙소로 돌아갔다.  

 도착한 칭다오 공장은 노잼이었지만 제조공장의 맥주가 가장 맛있기 때문에 들렀다. 빠르게 둘러보고 맥주 시음에 나섰다. 역시 깰끔 앤 클린! 진하고 깔끔한 맥주가 꿀떡꿀떡 넘어간다. 공장 나가는 길엔 다양한 칭따오 생맥주를 먹을 수 샘플러가 있길래 요것도 한 잔씩 맛보았다. 서씨는 드래프트와 에일이 맛있다고 했고 나는 흑맥주와 필스너가 좋았다. 맥주 is 뭔들.

 조식도 거나하게 맥주를 거나하게 먹어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마침 근처에 중산공원이 있길래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하기로 했다. 도착한 공원엔 벚꽃이 한가득~ 날씨악마새끼라 여행마다 비가 오고 안개가 끼지만 꽃운이 있는지 벚꽃이 만개였다. 단지..... 대륙이라 사람이 많아서 힘들었을 뿐. 걷는 사람들도 시끄럽고 할배처럼 스피커 틀어놓고 음악 듣는 사람도 많고 공무원들은 노래 끄라고, 춤추지 말라 확성기에 대고 소리 지르고 거리가 진짜 개시끄럽다.

 시끄러운 곳을 떠나 너무도 조용한 칭다오의 힙한 북카페로 이동했다. 커피가 맛있다고 들르긴 했는데 커피는 그냥 그렇다. 책방의 분위기가 빈티지하면서 잔잔했다. 칭다오 공간 중 가장 조용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우울증 관련 책(???)을 읽으며 조용하게 쉬었다. 안정을 취한 것도 잠시였다. 책방 건물 화장실의 구멍의 끝이 안 보이는 수세식 화장실에 놀랬다. 숙소 근처에 들렀던 삐까번쩍한 명품숍의 화장실도 수세식이고 중국은 그냥 대부분 화장실이 수세식인가 보다. 또 사소하게 충격받아본다.

 중국 로컬 맛집. 잘 사는 칭다오 동네에서 갑자기 스산하고 허름한 동네로 들어가면 나오는 가게이다. 게살 비빔밥이 맛있다고 하여 간 곳. 완전 고소한 기름에 게살이 한가득 들어가 있는데 겨우 9천 원이다. 밥을 함께 비비면 완전 맛도리다. 함께 시킨 게튀김 도삭면은 짜서 먹지 못했다.

중국은 친환경 정책으로 일회용품을 돈 주고 팔게 되어있다. 근데 저것이 친환경 정책인가 싶다. 재사용하는 수저나 그릇이 없는 곳이 대다수고 무조건 플라스틱 제품들을 돈을 주고 사서 사용하게 되어있다. 아리송한 중국의 친환경 정책이다.

 아침부터 꽉 찬 스케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니 엄청 피곤했다. 결국 저녁 6시부터 누워 뒹굴뒹굴하다 배가 도저히 꺼지지 않아 호텔 헬스장에 들어가 30분 정도 뛰며 소화를 시킨 후 잠이 들었다.


4월 13일 토요일

 오늘도 조식을 먹고 후식으로 차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4월 13일 토요일내가 한문 압박으로 어떠한 지도와 앱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서씨가 발견한 로컬 찻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30여 분 걸어간 찻집은 결국 없었다. 띠용. 지도에는 있는데 현존하지 않는 찻집이었다. 결국 네이버 블로그로 최신 글에 나와있는 유명 찻집으로 향했다. 이곳도 직원들이 친절했으나 중국어만 했고 나는 못 알아듣겠고 아는 우롱차 한문을 보여주며 겨우겨우 주문을 했다. 중국어로 샬라샬라 우리에게 무언갈 추천하면서 다식과 차를 내주었다. 다행히 중국 전통 녹두 케이크인 다식과 우롱차는 맛이 잘 어울렸다. 중국 드라마 속 도인처럼 운치 있게 차를 6번 정도를 우려먹고 쉬다가 쇼핑에 나섰다.

 샤오미에서 전동칫솔을 샀고 서씨는 아쿠아픽과 작은 보조배터리를 구매했다. 중국 자체 브랜드이고 아무리 봐도 룰루레몬 짝퉁 느낌이 나는 애슬래저 브랜드에서 바지도 3개 사고 미니소가서 안대도 사고 그러다가 둘 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공황장애 오는 느낌이라 도망치듯 나왔다. 빠르게 쇼핑 클리어!

 쇼핑 후 책방 친구인 올리비아님이 추천해 준 칭다오 사천 맛집을 찾아갔다. 가격도 저렴하고 칭다오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후식으로 수박도 줘서 좋았다. 마라가 들어간 마파두부와 흔한 계란 볶음밥이 잘 어울려서 와구와구 먹었다. 마침 가게 근처는 칭다오의 가로수 길이었다. 핫한 가게와 팝업이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쇼핑몰에 지쳤고 불밤을 보낼 체력이 없었다. 늙음을 한탄했고 겨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정신적 위안을 얻었다. 그리곤 어기적어기적 망고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수영을 못하는 체력이 한탄스럽고 불밤을 못 보내는 나의 체력을 욕하며 기념품이라도 사러 가자며 물먹은 솜 같은 몸을 이끌고 중국 편의점에 들렀다. 이곳에서 중국식 두유도 맛보고 여러 맛의 콩과자와 오이맛 감자칩을 구매했다.


4월 14일 일요일

 이날은 중국 스타일로 조식을 챙겨 먹었다. 중국식 따뜻한 두유, 토마토 계란탕, 따뜻한 두부, 죽, 전병 등을 가득 챙겨 먹었다. (여전히 호텔의 커피는 맛이 없지만) 아침에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중국인 습관은 본받아야겠다.

배가 부르고 날이 개고 있으니 중국인처럼 러닝을 하자며 냅따리 나갔는데 아직도 비가 왔다. 하하하하하!! 그렇게 칭다오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또 면세점에서도 폭풍 쇼핑을 했다. 이건 중국에서만 파는 거야! 합리화하며 카드를 긁었다. 술, 차, 과자 등.

 칭다오가 중국 내에선 선진도시라 여행이 수월할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가 중국 말만 꾸준히 해서 말이 안 통해 답답함이 컸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든 식당 안이든 거리든 스피커폰으로 통화해 귀가 따가웠고 새치기는 껌이었다. 거리인지 인도인지 구분도 없이 아무 곳에 주차를 한다. 하지만 모두 큐알로 주문하고 큐알로 결제하는 방식과 건물들은 최첨단이었다. 최첨단인 듯 후지고 후진듯 최첨단이고 과도기의 중국은 나에게 혼돈과 중국 멀미를 주었다. 중국 여행은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편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쇼핑 열심히 했으니 뿌듯하다. 중국에서 사 온 차는 차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다식을 찾아가며 신나게 마시고 있다. 오이 감자칩은 회사 사람들한테 제발 한입만 먹어달라고 맥이면서 놀려댔고ㅋㅋㅋㅋㅋ 무지성으로 산 콩과자는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서 직구할 예정. 역시 먹는 것이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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