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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May 21. 2023

교토 그리고 오사카 4~5일 fin.

 남의 나라에서 대단한 숙취를 겪었다. 서씨는 모르는 멍이 거대하게 들었고 나는 모든 걸 소화시켰지만 물을 토하고. 퇴실하고 오사카로 떠나야 하는데 숙취로 정신을 못 차렸다. 아점으로 먹기로 한 고급 카이세키는 숙취 때문에 먹을 수 없었다. 결국 예약을 취소하고 물을 토한 속에 규동을 꾸역꾸역 넣고 일본 숙취해소제도 밀어 넣었다. 너무 땅이 움직여서 택시 타고 오사카 넘어갈까 고민했지만 교통비가 비싼 나라라 한 시간짜리 전철 말고 30분 만에 오사카역에 가는 비싼 JR을 타기로 결정했다.

 꿀렁거리는 땅과 전철을 참고 오후 늦게 도착한 오사카. 숙취해소제가 좋은지 숙취가 깨면서 탄수화물이 땡기기 시작했다. 우린 늦은 점심으론 라멘을 택했다. 숙취엔 역시 라면. 가장 작은 사이즈 돈코쓰 라멘에 계란을 추가해 먹었더니 완전히 술이 깨고 개운했다.  

 오사카에서 하루 머무는 숙소는 구 백화점을 리모델링하고 지속가능성 인증받은 호텔이었다. 생수를 제공하지 않고 물통을 준다. 층마다 있는 공용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먹게 되어있다. 어메니티는 리필로 제공하는데 일부 어메니티는 일회용으로 제공한다. 칫솔, 면도기, 빗 이런 것은 아직 일회용으로 제공된다. 그냥 안 줘도 되지만 그러면 투숙객들이 게 욕하겠지...  그래도 이곳에서 제공되는 칫솔, 면도기, 빗의 플라스틱은 폐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레트로 분위기에 깔끔하고 조용하고 나름 가격까지 합리적인 숙소여서 다음에 오사카에 온다면 무조건 이 호텔에 머물러야겠다.

 휴식 후 도톤보리를 산책했다. 기념품도 살 겸 돌아다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굳이 도톤보리 돈키호테를 가려 했을까? 온 동네가 드러그 스토어인데... 결국 저 생각이 번뜩 들어 쇼핑카트를 내려놓고 도톤보리의 번잡한 돈키호테를 나왔다.

교토엔 서양인하고 일본 할머니와 일본 커플이 많았는데 오사카는 한국인, 중국인이 일본 사람보다 많았다. 심지어 가게 일하는 사람도 전부 외국인이다. 이름답게 (오! 오사카) 대도시임을 실감했다. 우리는 오사카의 복작복작한 곳에서 조금은 한산한 꼬치집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저녁엔 꼬치 체인으로 유명한 곳을 들렀다. 맛소금을 왕창 뿌리며 꼬치를 굽는 오사카 사장님과 중국인 알바생이 일을 한다. 배달도 되는지 꼬치 배달도 꽤 나갔다. 겁나게 부드러운 일본의 맥주와 짭쪼리하고 불맛이 나는 꼬치를 먹으니 행복했다. 꼬치 굽는 사진도 찍고 싶어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오사카 아저씨가 대뜸 옷매무새 다듬고 브이를 날리셨다. 진심으로 본인 사진 찍는 걸로 착각하셔서 모두에게 웃음을 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 미안 ㅋㅋㅋㅋ

 여행 마지막 날. 오사카 식자재 마트에서 사 온 것으로 아침으로 먹었다. 일본 햇반과 카레, 감자조림, 톳 무침으로 일본에서 흔하게 먹는 가정식 메뉴이다. 마트에서 파는 반찬인데 맛도 깔끔하고 엄청 맛있었다. 한국 와서 알았지만 저 반찬 산 곳이 한국에 수입이 안된 식자재 브랜드인 소켄샤였다. 미소시루가 150엔씩 해서 비싸네!! 하며 사 왔는데 그것도 진심으로 맛있다. 음식에 진심인 회사였다!!!!

 퇴실 후 오전엔 기념품 구매에 열을 올렸다. 교토에서 마셨던 고구마 소주를 사고 싶었고 유행하는 초코마미레쨩도 사야 했다. 천재적 서씨가 대박 술가게를 찾아 고구마 소주를 살 수 있었다. 이곳엔 히비키 위스키도 팔았는데 정신이 없어 사지 못했다. 이온몰도 발견해 초코마미레 과자도 종류별로 살 수 있었다. 호호호.

 마지막 식사로 먹은 일본식 나폴리 파스타. 양이 진짜 많다. 일본은 카페에서 밥과 디저트까지 한 번에 기분 내서 먹는다던데 그런 식당이었다. 우리는 커피와 파스타 하나 시켜 나눠먹었다. 하지만 대부분(훔쳐 봄) 각 파스타, 각 디저트 커피 혹은 푸딩, 각 샐러드를 한 번에 시켜 먹는다. 일본 소식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파스타 면도 진짜 많이 주고 전부 먹는다.

 나는 간사이 공항 가기 전 갑자기 사행성에 빠져 동전을 털겠다는 명목으로 식당 옆 갓챠집에서 미친 뽑기를 했다. 공항 가는 길 늦은 줄 모르고 계속 뽑기를... 미리 사둔 공항 티켓도 바꿔야 했고 난바역은 복잡하기 때문에 일찍 가야 했다. 결국 역에서 길도 잃고 3시 50분 비행기인데 기차 티켓 시간은 2시 5분. 에어부산은 어째서 웹 체크인이 잘 안됐고 사케 산 것이 있어 짐도 붙여야 하고 가서 트램 타고 게이트 이동도 해야 한다.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프로 지각러 서씨가 걱정 말라며 충분하다고 여러 기차 시간을 확인하더니 먼저 오는 완행열차를 타면 출발이 늦은 급행 기차보다 30분 빨리 공항 도착이니 자유석 완행열차를 타자고 했다. 그렇게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고 파워 한국인이라 체크인도 입국심사도 빨리빨리. 그렇게 안전하게 한국에 돌아왔다. (하 뽑기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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