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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May 09. 2023

교토 3일째

산넨자카 니넨자카, 청수사, 굿네이처스테이션, 교토 개꽐라

 오전엔 숙소 근처 교토식 백반집(오반자이)에서 아침을 먹었다. 여러 종류의 반찬이 있는데 6가지를 고르면 된장국과 흰밥/잡곡밥 중 하나를 내어준다. 도통 일본어 반찬 이름을 몰라 감으로 고른 뒤 먹었다. 전반적으로 깔끔! 개인적으로 들깨와 유부가 있던 나물 무침과 우엉 반찬이 맛있었다. 그리고 역시 맛있는 밥! 직접 끓인 된장국! 최고다. 밥이 모자라면 더 주시기도 하는데 교토는 밥은 머슴밥이라 충분했다.

 오늘도 버스를 타고 청수사 근처까지 간 뒤 오는 길은 모두 걸어오기로 했다.

산넨자카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일본 중딩들이 수학여행 왔는지 우르르 내려온다. 올라가는 길에 구운밤맛의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오백엔(오천 원)이나 하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고 맛있지만 너무 달아서 이 이후 달달한 아이스크림 헤이테가 되었다.

 청수사엔 수학여행객이 바글바글. 오랜만에 온 청수사는 공사가 끝난 뒤였고 녹음이 우거져있었다.

 그렇게 청수사를 중학생들과 한 바퀴 돌고 니넨자카를 지나 기념품 숍을 구경하며 내려왔다. 청수사부터 아사카 신사까지 이어진 길은 비록 언덕이지만 턱이 없어 휠체어를 타고 여행이 가능했다. 어제 갔던 은각사 쪽도 산길임에도 언덕이지만 휠체어가 가능했다. 실제로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노인분들이 산책을 하고 계셨다. 이런 지점이 세계적 관광지의 조건인가? 싶었다. 누구나 차별 없이 볼 수 있는 곳. 메모. 중요.

 기온 거리를 지나 가라스마역까지 걸어 다시 교토 시내로 돌아왔다. 덥기도 하고 지쳐서 카모강 앞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쉬었다.

 굿네이처스테이션 방문. 친환경 인증을 받은 호텔이고 상점이었다. 코로나 이후 지속 가능 인증과 친환경 인증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어메니티를 리필로 바꾸고 남은 음식을 비료화하거나 하면 주던데 어떤 기준인지 더 자세히 나중에... 공부해 보게... 다.

위층은 호텔이고 밑에는 식당과 식료품점이 있었다. 유명 쇼콜라티에의 쿠키와 초코도 팔았다. 식료품점엔 로컬 브랜드와 다양한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제품이 팔았다. 교토엔 아직 비건 가게가 많지 않고 커피 옵션도 아직 우유만 판매한다. 이런 유기농과 공정무역, 지역공동체를 생각하는 공간이 생기는 건 좋았지만 유행이라 만들어진 그린워싱 느낌이 나서 애매했다. 그래도 브랜딩이 잘되어 있어 고급 기념을 사기 좋았다. 난 비건 도넛과 비건 미소시루를 샀고 친구는 디저트 장인의 한 개에 만 원짜리 쿠키, 로컬 브랜딩 된 푸딩과 파운드케이크를 구매했다.

 사케가 사고 싶어 니시키 시장에 들렀다. 5년 전에 이곳에서 지역술을 샀던 기억이 있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이자카야나 구잇집 그리고 기념품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은어 한 마리만 먹고 니시키 시장을 나와 산조 역 근처까지 나왔다. 마침 고급 식자재 가게를 발견해 군고구마 소주를 살 수 있었다.

산조, 구글에서 추천한 돼지고기 카레집

 교토를 여러 번 왔고 크지도 않은데! 어째서 산조 역 근방은 처음 와봤다. 고급 옷 가게와 편집숍, 빵집과 카페가 많았다. 비싼 이름의 호텔도 이쪽에 위치해 있었다. 가와라마치 역 쪽은 북적한데 상대적으로 여유 있고 한산했다. 다음에 교토에 온다면 이쪽에서 꼭 빵투어를 할 테다!!!!

 일정을 대강 마치고 어제 방문했던 코콘카라스마에 다시 들러 친구와 함께 인센스를 또 구매했다. 태우는 시향도 가능한지 서양인을 따라 시향 구경도 했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저녁엔 이자카야에서 술을 한잔하며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어제는 예약이 꽉 차게 사람이 많더니 오늘은 거리에도 가게에도 사람이 없었다. 한산한 교토의 이자카야에서 우리는 야채절임, 교자, 감자샐러드, 크로켓과 고구마 소주와 하이볼, 따뜻한 사케와 차가운 사케 도쿠리로 한 병씩 먹었다. 타파스 가게처럼 양이 적게 나오는 가게였다. 교토 직장인들은 와인 한 잔이나 맥주 한 잔 먹고 갔다. 그래서 이 정도만(?) 먹고 2차로 좀 더 시끄럽고 안주가 많은 이자카야를 찾아 나섰다.

 숙소 근처인 회식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자카야에 들러 일단 고구마 소주 2잔과 어묵탕을 시켰다. 친구 말론 일본에서 여자끼리 소주를 먹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술을 잘 마시면 술을 가득 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을 체험하고 왔다. 고구마 소주 후 따뜻한 사케 한 병과 차가운 사케 두병을 시켰을 때 점원이 술을 잘 드셔서 얼마나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사케를 도쿠리 끝까지 채워주기 시작했다. 사케 후 고구마 소주를 2잔을 더 시켰을 땐 얼음이 두세 개만 들어있는 스트레이트 수준의 온더락이 나왔다.

 이자카야 직원들이 장난으로 물을 테킬라 병에 담아줬다. 한국인들 테킬라까지 마신다며 쟤네 술쟁이라고 놀림당했고 교토 애들에게 이거 물이라고 증명하고 참 유치하고 재미있게 놀았다.

우리는 1~2차 합쳐 도쿠리 따사케 2병, 차사케 3병, 고구마 소주 3잔을 마셨다. 안주는 어묵탕, 간장 참치, 열빙어 구이, 채소 절임, 두부를 먹었다. 술을 잘 못 마시는데(?) 이렇게 남의 나라에서 과음을 했고 신나게 술을 마셨고 술집 사람 모두와 친구와 되었고 우리는 개꽐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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