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수지만 방콕 여행 돈을 청산하고 4월쯤 여유가 생겨 휴가 가는 서씨따라 숙박비도 아낄 겸 함께 교토 여행을 (갑자기) 다녀왔다. 내가 갈 때만 해도 백신 패스가 있어 백신을 맞지 않은 나는 PCR 검사지를 내야 했다. PCR 검사지는 비짓재팬으로 꼭 입력해야 하는 줄 알고 발 동동 구르다 남은시간 10분 전에 입력했는데 알고 보니 온라인으로 못하면 가서 해도 되는 거였다!! 단지 미리 하면 패스트 트랙으로 빨리 나올 수 있는 장점만 있던 거였다!!!
공항에 내려 삐약삐약 일본의 횡단보도 소리를 들으니 여행의 감이 싹 돌아왔다. 감찾은 나는 한국인보다 빠르게 간사이 공항을 나왔고 교토 가는 길과 티켓 샀던 법, 모든 것이 기억나서 빠르게 교토로 향했다. 6시쯤 교토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비가 쏟아졌다. 역시 나란 아메 온나.
서씨보다 하루 먼저 교토에 도착한지라 오늘은 호스텔에서 홀로 지내야 했다. 저녁을 사 먹고 싶었는데 교토는 일찍 문이 닫는 곳이 많고 6시 이후는 이자카야나 고급 밥집만 문을 연다. 아니면 라멘 먹어야 하는데... 비도 많이 와서 편의점 음식으로 대충 때우기로 했다. 그 생각은 나만이 아니었는지 도착한 호스텔 라운지엔 모두가 편의점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호스텔에서 1박을 보내고 조식을 고민하던 차 백반을 먹기에 양도 많고 빵을 먹기엔 속이 하찮아서 규동 체인점에서 소박하게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10시까지 파는 조식인데 된장국에 밥만도 판다. 일본은 사이즈별 음식이 팔고 나 같은 극서민은 위한 저렴한 메뉴가 팔아서 좋다. 조식 세트 중에서도 가장 작고 싸고 고기가 없는 메뉴를 골랐다. 밥과 된장국 두부와 계란이 나온다. 싼 메뉴라 하더라도 사용자를 위해 반숙/완숙/날계란을 선택할 수 있다.
시킨 밥이 너무 맛있어서 울뻔했다. 간사이 지방이 쌀이 유명해서 그런가 가장 작은 사이즈인데 밥인데 머슴밥으로 나왔다. 일본의 김밥천국은 흰쌀밥을 이렇게 가득 주고 맛이 있다. 비록 국은 인스턴트지만 하찮은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메뉴였다.
아침식사 후 캐리어를 맡기고 은각사 산책에 나섰다. 저번 교토 여행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라 다시 가기로 했다. 버스비 230엔을 장착해서 은각사까지 버스를 타고 오는 길은 전부 걷기로 결심했다. 교토 버스는 관광지에서 누구보다 친절하고 천천히 다니다가 한적한 도로에서 스피드 레이서가 되는 기사님이 인상적이었다. 교토 버스는 전부 저상형 장애인 탑승 가능 버스이다. 내리는 쪽으로 기우는 것도 신기하다. 사람을 다 태운 후에야 사람들을 내리게한다. 그리고 내리면서 버스비를 낸다. 대부분 현지인은 카드를 쓰지만 현금을 내도 동전 바꾸는 기계가 있어서 편리했다.
오니가 싫어하는 등나무 꽃
도착한 은각사엔 일본 할머니와 서양인과 내가 있었다. 노인 핫플레이스라는 이야기! 길이 소박하고 식물과 나무가 있어 걷기가 좋은 곳이다. 절은 따로 들어가지 않고 은각사를 시작으로 철학의 길을 따라 내려갔다. 물이 흐르고 공기가 맑았다. 아직 지지 않은 겹벚꽃과 동백나무가 있었다. 한국과 생태가 비슷해 황매화 꽃과 철쭉도 있었다. 비도 부슬부슬 오던 날씨라 진해진 자연의 색과 풀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초록을 느끼며 생각 없이 걸었다. 나무와 산에서 느껴지던 차갑고 영한 기운이 아직도 생각난다. 이유 모르게 영화 곡성의 비 오던 숲이 생각나 도깨비 나올까 봐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등나무 꽃이 있어 도깨비는 오지 못할 거다. 키키키키 (귀멸의 칼날에서 도깨비가 등나무 꽃을 싫어함)
정원의 동네답게 가게마다 가드닝도 잘 되어있다. 한국이었음 화분 다 훔쳐 갔을 텐데... 비비추와 수국, 아이비, 팬지꽃, 접난등을 많이 키운다. 날씨가 비슷해서 키우는 꽃도 한국과 비슷하다.
에이칸도를 지나 수로각을 돌고 닌젠지를 돌아 다시 교토 시내로 돌아왔다.
다음에 머물 숙소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근처에 있던 코콘 카라스마에 들렀다. 마침 식물 팝업이 있어 식덕으로 당당하게 구경했다. 행벅! 교토 식물도 한국과 유행하는 것이 비슷했다. 1층엔 인센스 브랜드인 lisn가 있었다. 향덕이니 당당하게 구경했다. 행벅! 통유리로 된 매장이 고급이라 들어가기 망설여졌으나 점원이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300여 가지의 인센스향이 파는 가게인데 전부 시향이 가능하다. 향이 독하지도 않고 교토 거리에서 나는 절향에 요즘 갬성을 입혀 파는 곳이었다. 적당한 것을 골라 셀프 오미야게(자체 기념품)를 주었다. 점원이 나를 엄청 신기해했는데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어보고 내가 인플루언서처럼 보이진 않는데...?? 매장 설명이랑 향 안내도 해주시고 참 많이 친절하셨다.
아침 된장국으로 속이 편안해져 라테에 도전하기로 했다. 일본은 무조건 라테 먹어야지. 한국보다 유지방이 높은 우유를 쓰기 때문에 꼬랑하고 꼬숩다. 어째서인지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교토 젊은이가 플랫 화이트를 맛나게 내려주었다. 라테 폼이 훌륭했다. 그리고 피식대학 민수가 하던 폼 미쳤따이가 생각나서 혼자 웃꼈다. 폼~ 미쳐따이~~
숙소 체크인 후 오늘 교토에 도착하는 서씨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니시키 시장 근처 이자카야를 가기로 했는데 7시도 안됐는데 예약이 다 찼단다. 근처 대부분의 식당도 만석. 교토의 가게가 작아서 그런가? 평일인데 대부분 만석 혹은 예약 끝이다. 결국 서씨가 일본어로 예약해서 다른 곳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미소에 절인 연근, 카레맛이 나는 매운척하는 새우구이, 새우 오코노미야키, 야채 야끼소바에 하이볼을 시켜 먹었다. 간사이 지방답게 짜지만 매우 맛있었다. 오코노미야키는 부드럽게 구웠고 야채들이 전부 아삭하고 달았다. 역시 간사이 지방 쌀도 채소도 짱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