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늪과 술에 허우적거리다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이 있다고 하여 조금의 기운을 내 벨기에에 다녀왔다. 릴 중앙역에서 TGV를 타고 30분이면 브뤼셀 남역에 도착한다. 조명이 음산한 프랑스 기차를 타고 졸다 보니 브뤼셀 남역에 금방 도착했다. 그리고 비가 왕창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강렬한 대마초 냄새까지 나를 맞이했다. 그만!!! 비! 대마!
가는 길에 벼룩시장이 열려있었다. 비의 유무는 상관없다는 듯 옷을 밖에서 널어놓고 팔기도 하고 꽤나 사람이 많았고 센세이션 했다. 유럽의 벼룩시장은 온갖 쓰레기 수준의 제품도 많아 잘 골라야 할 듯. 이것저것 잡동사니인지 쓰레기인지를 구경하고 근처에 관광지라고 표기된 법원과 관람차 등을 보고 다시 목적지인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으로 향했다.
주위에 벨기에 다녀온 사람들이 거리가 그렇게 더럽다 했는데 내가 갔던 거리는 깨끗했다. 비는 오지만 거리는 깨끗하잖아. 럭키비키! 많은 빈티지샵과 소품샵이 있었고 한국에서 보기 힘든 디스플레이도 신선했다. 비 빼고 보는 재미가 있어 아주 좋았다.
도착한 미술관은 왕립 박물관을 뚫어서 가야 했다. 가방과 우산을 보관하고 맨몸으로 들어가며 안내가 잽싸서 금방금방 들어간다. 엘리베이터로 3층을 이동해서 위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관람하게 되어있었다. 게다가 한국어 가이드가 있는데 금세 잊어버리고 빌리질 못했다. 예술의 동네인지 관람 동선과 안내가 잘 되어 있다.
유명한 그림들은 어디 팔려갔는지 처음 보는 작품들이 많았다. 처음엔 여성 토르소 그림으로 시작해서 파이프에 집착한 전시, 새에 집착한 전시 등 그의 스타일 변화대로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유럽 미술관 특으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어디서든 앉아서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질 급한 코리안은 후다닥 보고 출구 소파에 앉아서 겨우 쉬었다.
브뤼셀 와서 거리 구경하고 미술관까지 들렀는데 겨우 2시간 정도만 지나갔다. 목적을 이루어 밥이라도 사 먹을까 했지만 비가 정말 많이 와서 광장만 잽싸게 보고 릴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아차... 주말이라는 걸 간과해서 대부분 2등석 기차 좌석이 만석이었다.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1등석을 예약했다. 내 돈~~! 오는 길엔 소매치기도 당할 뻔했다. 남역 근처에서 독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지폐밖에 없다며 본인 지갑을 보여주더니 나에게 동전을 바꿔달라 했다. 그렇게 내 지갑을 연 순간 지갑 안의 지폐를 몽땅 훔쳐 갔다. 당황했지만 내 지폐를 손에 들고 있는 소매치기 손에서 다시 돈을 뺐어서 브뤼셀 남역으로 도망갔다. 후 유럽은 정신 살짝만 놓아도 이런 일이 생긴다. 정신 단도리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