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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디킴 Jun 20. 2024

퇴근

독거미의 부활

산본 궁내동은 북한의 포격 속에서도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수리산이 단지 뒤로 자리 잡고 있어 포탄이 날아들기 힘든 지형적 이점이 있었고, 군사 요충지가 아니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있었다. 정우의 아내 지혜는 단지 내 상가에서 '독거미 필라테스'를 운영했다. '독거미'는 지혜가 복무했던 독거미 특수부대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이곳은 지혜와 함께 군 생활을 했던 9명의 후임이 주요 회원이었고 그들은 모두 전직 군인인지라, 동네 사춘기 청소년들의 질풍노도를 잠재우는 등 꽤 유명했다.


독거미 특수부대는 여성으로 구성된 최정예 특수부대였다. 이 부대는 인질 구출 작전, 대테러 작전, 후방 교란 작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지혜는 이 부대에서 수년간 복무하며 뛰어난 전투 기술과 지휘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우와의 인연도 지독한 훈련 속에서였다.


‘어떻게든 살아올 거야. 난 아이들을 지켜내면 돼.’


전쟁이 발발하자 지혜와 9인의 독거미 필라테스 회원들은 곧바로 궁내초등학교에 집결했다. 그들은 학생들과 가족들을 통제하고 만약 있을지 모를 공습에 대비하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궁내초등학교는 지역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장소였다. 지혜는 교실을 긴급 대피소로 개조하고, 식수와 비상식량을 비축했다. 그녀와 회원들은 학교의 주요 출입구를 지키며,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지혜는 남편 정우의 생사를 걱정하면서도 특수부대에서 훈련받았던 군인 정신을 되살려 재난 대비에 헌신했다. 그녀는 주민들에게 침착함을 유지하도록 격려하고, 어린이들에게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다독였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겁에 질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그녀는 다정한 미소로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이 자신처럼 강인한 군인임을 알았기에, 그가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정우가 돌아올 때까지, 지혜는 아이들과 주민들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모두 침착하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우리 군이 곧 올 거예요. 걱정 마세요."

지혜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강인한 모습은 모두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주민들과 함께,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과천 정부 종합청사를 목표로 했던 AN-2 기가 아군의 공격을 피해 수리산 쪽으로 날아들었다. 평화로웠던 궁내동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하늘에서는 낙하산이 점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혜는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전직 특수부대원인 9인의 회원들과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낙하지점은?”


“초막골 생태공원입니다.”


“병력은?”


“대대급 정도입니다.”


“대대…”


“우리 부대는?”


“산본 중앙공원에 기계화 보병이 왔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특전사 애들은?”


“여기 있습니다! / 우리? / ㅋㅋ.”


“저기 민방위 아저씨한테, 낙하지점 알려주고, 우리 군에 전하라고 해.”


“민선아! 현우 아빠 날리던 그 드론 있지? 촬영되는 거, 그거 좋더라. 초막골로 좀 날려.”


“비싼 건데…”


“니 머리 날아가기 전에 날려라, 얼른!”


“넵! 언니! 아니 아니 소대장님. 풉”


“쟤들 숨어 있다가 밤에 내려와서 과천으로 움직일 거야. 여긴 뭐 먹을 게 없거든. 그래도 우리 동네를 지나갈 수밖에 없으니.”


지혜는 9인의 동지들과 함께 낙하하는 적을 계속 주시했다. 그녀는 즉시 팀을 나누어 적의 움직임을 군에 알릴 계획을 세웠다.


"침착하게 움직여!"


그때 군포 일대의 군 병력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기계화 보병 여단의 차량들이 주요 도로를 차단하며 방어 진지를 구축했다. 특전사 요원들은 도심으로 침투하는 적을 저지하기 위해 산림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반면, 6월의 해는 느리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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