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던 일련의 여정들
드디어 텀블벅에 게시하는 것 까지 완료하였다.
먼저 현재까지 일의 순서를 생각할 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글을 쓰기
2) 출판할 생각이 들면 먼저 출판사 신고 및 사업자 등록을 하기
3) 내지 디자인 및 표지 디자인 하기
4) ISBN 등록하기
5) 텀블벅에 신청하기
6) 각종 기관 등록
7) 텀블벅 기간 동안 마무리 작업하기
1) 먼저 글을 쓰기 - 당연히 먼저 글을 써두면 마음 편하게 출판 작업에 임할 수 있다. 물론, 글을 쓸 때도 집중해서 쓸 수 있다. 온전하게 말이다.
*결론 : 출판을 목적으로 특정 콘셉으로 잡고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독립 출판하시는 분들은 써놓은 글들이 많으셔서 그 글들을 출판하시고 싶으신 분이 대부분이시다. 글을 쓰실 때는 독자를 의식하여 쓰기보다는 일단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쓰고 고치고 하는 작업을 하면서 글 자체에 온전히 나의 영혼을 넣어주는 게 좋다. 누군가를 의식하며 쓰다 보면 잘 팔리는 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나 스스로 만족은 물음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론은 나의 글의 최초 독자는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최초 독자가 만족스럽지 못한다면 읽은 사람들은 좋을 수도 있겠지만, 최초 독자는 인상을 찡그릴 수 있도 있다. 책을 쓰기 시작했다면, 나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글을 쓸 건가? 내 영혼에 만족하는 글을 쓸 건가? 잘 방향을 잡아서 쓰기 시작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글은 독자들도 알아채고, 제일 먼저 내가 만족스럽지 못하게 될 것이다.
본인이 만족스러운 글은 일단 독자 1명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는 있다.
2) 출판사 신고 및 사업자 등록
– 구청에 가서 신고하면 1일 이내로 접수가 완료된다. 구청마다 처리속도가 다르긴 한데, 나 같은 경우는 아침 9시쯤 구청에 가서 신고하니 오후 4시 30분쯤 완료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오피스 주소의 경우, 가상 오피스 주소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가상 오피스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주소 값 치고 한 달에 십여만 원 씩 내기엔 너무 출혈이 큰 것 같아서, 지금 살고 있는 집 주소를 사무실 주소로 등록하였다. 이럴 경우, 부동산 계약서가 필요하다. 매매인 경우는 큰 문제는 없는데 전세나 월세인 경우에는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요새 구청 직원들은 친절하여서 세세하게 절차를 알려준다. 그럼 절차대로 업무를 처리하고 다시 출판사 신고 담당자를 만나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아침 일찍 방문하여서 그런지 모든 절차를 30분 이내로 완료하였다.
그리고 출판사 신고증을 받으면 바로 세무서로 가는 게 좋다. 나는 무지하여서 사업자 등록증을 따로 신청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나중에 여기저기 기관 등록을 하려고 보니 사업자 등록을 요해서, 그제야 부랴부랴 황급하게 신청하려고 하니 세무서 가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약간 미심쩍은 마음으로 ‘홈텍스’에서 ‘개인사업자등록증’을 신청하였다. 이를 위해서 500원 주고 CS scanner를 다운로드하였다. CS scanner의 좋은 점은 핸드폰에서 찍은 사진을 바로 컴퓨터 PDF 파일로 보내주는 기능이 있어서 쉽게 서류들을 만들 수 있었다. 홈텍스에서 신청을 하면, 신청이 접수되었다고 문자가 오는데, 완료 문자는 오지 않아서 며칠 기다리다가 홈텍스 민원신청 메뉴에 들어가니 이미 사업자등록증이 나와있어서 집에 있는 프린터로 출력했다. 그래서 혹시 홈텍스에서 신청하게 되면 다음날 바로 처리될 수 있으니 들어가서 확인해보는 게 좋다.
* 교훈 : 기관 등록의 복잡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증이 필수이며, 사업자등록증은 출판사 신고증이 나온 후 즉시 가서 하는 것도 좋지만, 홈텍스에서 손쉽게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보통 다음날 처리되는 경우가 많으니 꼭 자주 홈텍스에 들어가 민원처리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 사업자 등록증이 발급되면 프린터 해서 스캐너로 PDF 파일로 만들어 놓으면 정말 유용하게 써야 할 곳이 많다.
3) 내지 및 표지 디자인 하기
내지 디자인은 어도비 인디자인에서 했고, 표지는 어도비 에이아이 일러스트레이터로 하였다. 일단 내지 디자인을 먼저 완료한 후, 페이지 수를 계산해서 책 등 너비를 고려하여 책 표지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내지 디자인을 꼼꼼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나중에 책 표지를 수정하면 되지만, 눈금선을 수정하는 게 귀찮게 느껴지기도 해서 아직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는 중이다. 어도비 패키지는 운 좋게 블랙 프라이데이 때 세일을 해서 평상시보다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지 디자인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며 도련과 여백을 잘 고려해야 한다. 가제본을 뽑고 나니, 여백을 너무 좁게 설정한 걸 알게 되었다. 책날개가 있는 경우 본문의 1/2만 설정하였더니 약간 작은 느낌이었다. 일단 내지 디자인은 네이버 자료실에서 다양한 폰트를 다운로드한 후, 이렇게 저렇게 적용해 본 후 출력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간이 많으면 종이 구경을 다니면서 내지 종이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팁이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면 그냥 미색 모조, 백색 모조 등을 무난하게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한 책을 대충 마무리하고, 두 번째 책을 편집하는 와중에 장도비라도 만들고 싶고, 중간에 일러도 넣고 싶어서 급하게 하루 내내 일러 작업도 해야했다. 내지 디자인하기 전에 이런 콘셉을 미리 잡아놓는 것도 황급하게 편집하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일단 저질러보고 수습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내지 컨셉’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던 게 나중엔 수정할 양만 많아지는 꼴이 되었다.
표지는 내 손에서 해보려 했으나, 주변 지인들의 평가가 안 좋아서 가급적이면 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 던가 디자인 외주를 주는 것도 한 가지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교훈 :내지 디자인 컨셉을 먼저 설정한 후, 다양한 포트를 적용해보고 글이 더 잘 읽히는 폰트를 찾는다. 내지 디자인을 거의 90 이상 완료한 상태에서 표지 디자인을 시작하면 내가 생각한 내지 컨셉과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영감이 떠오를 수 있다. 이도 저도 못하겠으면 외부 인력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4) ISBN 등록하기
일단 대충 언제쯤 책이 상업적 손길에 닿을 수 있다는 느낌이나 감이 들기 시작하면 ISBN에 등록을 한다. ISBN 은 표지와 정가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하기 전에 가제본을 하면서 대략 몇 부를 인쇄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 대비, 택배비, 스토리지 보관료(스토리지를 대여할 경우)를 감안하며 가격을 설정하면 된다. 기관 등록을 먼저 마친 후, 개별 ISBN을 등록하는 절차이므로, 기관 등록을 먼저 마치고 1~2일 기다리면 기관 등록이 완료된다. ISBN 도 마찬가지고 1~2일 정도 걸리는데 난 두 개 동시에 신청을 했는데 하나는 1일 만에 완료되었다는 문자가 왔었고, 나머지 하나는 표지 가격이랑 내가 신청한 가격이 맞지 않다고 나와서 그림을 수정하는 것보다 양식을 수정하는 게 더 빨라서 그냥 양식에 제시된 가격을 수정하여 다시 재제출하였다. 문제는 그 이후 연락이 없어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2일 후, 사이트에 접속하고 나니 이미 승인이 완료된 상태였다.
*교훈 : 한 번 신청한 기관에 망부석처럼 결과 처리 문자를 기다리지 말고, 매일 들락날락거려 완료가 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5) 텀블벅에 신청하기
- 내지 편집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표지가 덜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일단 텀블벅에 신청해보는 거다. 굳이 텀블벅을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들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텀블벅은 내가 지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서비스로서 정가의 10프로 할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 플러스 소소한 굿즈들도 전달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배송비 포함이기에 도서정가보다 훨씬 싸게 사는 것이 되는 거라고 지인들에게 홍보를 했었다. 고민해보니, 독립서점들 입고 메일을 보낼 때도 다시 한번 굿즈를 어필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프로젝트들 보니 굿즈들이 너무 화려해서 나의 굿즈인 엽서 2종 세트가 무척 초라하게 느껴진다. 독립서점들 순회할 때는 에코백을 굿즈로 제공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텀블벅 스토리에서 젤 까다로운 부분은 작가 소개란이었다. 다행히 지난 브런치 회에서 내가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정리를 해놔서 그 부분을 약간 수정해서 사용하였다.
평상시에 ‘내가 글을 왜 쓰는가?’에 대해 잘 심사숙고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내세울 게 없는 나 같은 작가에게는 작가의 원천, 동기, 과정이 일종의 하나의 스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텀블벅의 후원이 시작되면 펀딩의 성공이 제1순위였기 때문에 목표금액을 낮게 설정하였다. 덕분에 단시간만에 목표금액이 100% 이상이 되면서 제작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은 크게 줄었다. 또한 달성 효과 프로젝트에 노출이 되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 광고 효과도 있으리라 본다. (매우 미미하겠지만) 그리고 텀블벅 기간을 길게 잡느냐 짧게 잡느냐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운 좋게 상위 페이지에 노출이 된다면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제작 기간이 더 짧게 다가오니 마음만 조급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내가 언제까지 제작이 가능할지에 대해 염두에 두고 텀블벅 기간을 설정하면 여유롭게 혹은 힘들게 작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이건 번외로 다른 친구가 제시해준 경험담인데 아는 지인이 텀블벅 오픈해서 열렬하게 응원하고 밀어주기도 많이 해줬는데 집에 돌아온 건 쓰지 못할 LP 판이라 했다. 달랑 LP판 한 장.
그래서 난 후원자들께 손편지들을 써드릴 예정이라 했더니 그 정도 성의는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 순수히 나를 믿고 후원해준 분들인데 손편지 정도야 얼마든지 써드릴 수 있다.
*교훈 : 텀블벅 제작과정으로 고려할 때 내가 소화 가능한 일정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후원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성의 표시를 꼭 해 드려야 한다. 작게나마.
6) 각종 기관 등록
- 네이버 출판사 공간, 인쇄소 기관 등록 등 출판 관련해서 기관 등록할 수 있는 곳은 다했던 것 같다. 특히 네이버 출판사 공간은 잘 활용하면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는데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등록은 한 상태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사업자 등록증 파일과 번호를 요구하므로 잘 간직하였다가 활용하면 된다.
-교훈 : 더러 기관 등록 심사가 오래 걸리는 건지 관리자가 드물게 사이트를 체크하는지 몰라도 심사기간이 2-3일 정도 걸리니 천천히 생각하시고 기관 등록하시면 된다. 역시나 친절하게 승인 안내 문자 따위는 보내주지 않으니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해봐야 한다.
7) 텀블벅 기간 동안 마무리 작업
-이제 구체적인 제작 일정이 공식적으로 나온 상황인 만큼 부리나케 준비해야 한다. 오탈자도 다시 봐야 하고, 인디자인 저장할 때 경고도 무시하면 안 된다. 한번 경고를 무시했더니 다시는 그런 창이 뜨지 않은 슬픔이 있다. 그리고 여백 등도 다시 고려해야 하고 그림이 있는 경우 그림 자체가 저장되지 않으므로 다시 옮겨주거나 링크를 바꿔서도 안된다. 번거롭지만 폰트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가제본을 출력한다. 가제본에서 또 수정할 게 나오면 또 가제본을 해야 하므로, 가급적 한 번에 오케이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게 좋다. 후원자들에게 약속했던 굿즈들도 미리 준비해놓는 게 좋다. 비닐포장이며 손글씨, 택배 용지 등도 미리 준비하면 더 좋다. 그렇게 마감날이 끝나면 텀블벅 후원자 명단을 공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의 주소를 쓰고, 책과 굿즈들을 넣은 후, 배송하면 된다.
https://tumblbug.com/pandabooks/
그리고 그다음으로 이제 독립서점 순회를 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