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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영 Aug 23. 2022

나를 지키는 것들.

차 사고가 있었다. 상대방의 운전 미숙이 결정적이었다. 어이없는 사고였지만 내 과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내 차량 블랙박스에 sd카드가 없었다는 것. 급한 마음에 블랙박스의 카드며 리더기까지 구입했다. 그러나 작동 오류가 떴다. As받으러 갔더니, 사장님은 10년된 단종 모델이라며 기계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게다가 그 분 얼굴은 잔뜩 구겨진 표정이다. 그렇다면 새로 장착하는 데 얼마나 드냐고 물었더니, 사장님 표정부터 바뀐다. 화색이 만연한 얼굴로 급 친절 모드다.


손바닥 뒤집듯 표정을 바꾸는 사람은 무섭다. 알고보면 결국  때문이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급변할  없다. 사장님의 돌변한 표정 앞에서 나는 잔뜩 주눅들었다. 어떤 표정을 만들어야할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돈은 표정을 바꾸게 할 수 있지만, 우리에겐 그걸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가 민망함이라든가 부끄러움 같은, 혹은 품위라고 부르는 것들. 죽어도 버리기 싫은 것들, 아니 버릴 수도 없는 것들. 그러니까 끝내 나를 지켜내는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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