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 단상
12월이다.
공론화 사업 결과보고서를 한참 만들고 있는데 이웃한 팀장께서 질문을 던진다.
“혹시 국내외 시민참여 정책 사례 중에 인상 깊었던 것 있어요?”
인상 깊은 시민참여 사례라… 사례는 있지만 ‘인상 깊은’ 이라는 대목에서 입이 바로 떨어지진 않는다. 그러다가 대만의 시민참여 사례를 이야기했다. 대만은 오드리 탕 장관을 중심으로 많은 시민참여 정책을 진행했다. 오드리 탕 장관은 일명 ‘적극적 투명성‘을 지향하고 있다. 공공은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투명하게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는 본인의 모든 일정과 인터뷰 내용 등을 웹사이트에 일단위로 공유하고 있다.
대만은 어떤 사안에 대해 관계한 모든 사람(부서)이 참여하는 협력회의라는 것을 진행한다. 더불어 그 과정을 당연히 생중계하고 온라인상으로도 의견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의문이 있다.
‘실시간 중계를 하면 보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 공공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토론회 등을 온라인 생중계한다. 이것은 흐름이다. 하지만 거의 아무도 안 본다. 내가 맡고 있는 공론화 사업도 다양한 숙의토론과정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한다. 하지만 매번 온라인 접속자 숫자를 어떻게 확보하나 고민한다. 매년 반복이다. 사실 나는 온라인 실시간 중계를 실시간의 의미보다는 아카이브로 생각하고 있다. 영상으로 그 과정을 ‘남기는’ 것이 ‘실시간’의 의미보다 더 크다.
그럼 이쯤에서 생각이 뱅뱅 돈다.
‘왜, 안 볼까?’
사실 나도 안 본다. 왜? 볼 이유가 없다.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할 때 분명히 ‘이유‘가 필요하다. ‘이유‘가 없다면 행동하지 않는다. 사람이 어떤 영상을 본다는 것은, 나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고,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나에게 어떤 관점에서라도 도움이 안 되면 안 본다. 재미가 있던가, 도움이 되던가, 뭐라도 볼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볼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보기를 원할까? 어떤 것을 중계했을 때 보고 싶을까? 무엇을 보고 싶을까? 나는 과연 뭘 공개하면 보고 싶을까?
막연히 스치는 하나.
여태까지 못 보게 하는 것. 볼 수 없었던 것. 뭔가 비공개한 것. 비밀로 진행했던 것.
이런 것이면 보고 싶지 않을까? 경복궁, 덕수궁 뭐 이런 곳도 공개하지 않았던 장소를 공개했을 때 사람이 몰린다. 그렇다면 정책과정에서도 이때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것을 공개했을 때 반응이 있지 않을까? 그런 것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 스치는 것은 ‘제안서평가’.
공공은 무수히 많은 용역을 진행하고, 그 용역들은 제안서 평가라는 것을 한다. 제안서 평가는 이런저런 과정으로 뽑힌 제안서 평가위원이 하는데 그 과정은 당연히 비공개이다. 결과는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볼 수도 있지만 그것또한 제한적일 것이다. 몇몇 광역지방정부는 속기록을 남기기도 하지만 과정을 보여주진 않는다.
제안서 평가과정을 공개하면 어떨까? 혹은 시민 제안서 평가를 하면 어떨까? 시민이 제안서 평가위원이 되고, 그 과정은 생중계로 진행한다. 어쩌면 전문성이 어쩌고 할 수 있지만 시민이 할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물론 제안서평가는 관련 조례가 있고, 규정이 있다. 그 부분은 수정이 필요하겠지. 그래도 여태까지 못 보게 했던 것을 본다는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반응이 있지 않을까?
뭐, 별로 안 궁금할 수도 있고.
그냥저냥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남겨본다. 끄적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