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판도라의 상자, 정리, 플래닝, 이메일, 스케줄, 프론트, 무대포, 박원천, 김창환, 아버지, 부처님 오신 날, 메트로링크, 친구, 코너집, 태권도, 솔직....... 뻥........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새로운 길을 찾아 용기있게 떠난 친구는 지난주 힘들어했다.
전화기 너머 대포한잔 하자는 목소리는 반감움이 넘쳤다.
메트로링크는 부에나파크역 거의 도착을 앞두고 갑자기 서행이다.
시간을 넘어서자 친구에게서 온 카톡, 어디쯤이냐? 거의 다 왔다 대답을 해주니 그제서야 속도를 올린다.
약속시간보다 10여분 늦게 도착한 메트로링크. 친구는 마중나와 있다.
이 얘기 저 얘기 차로 움직이며 나누는 이야기들이 재밌다. 어디로 갈까 늘 가던 그늘집으로?
친구는 예의 선택하라고 양보해준다. 하지만 언제나 고르는 것은 힘들다.
친구는 신문에 난 그랜드오프닝 광고를 보여주며 여기는 어떨까 한다. 확 와 닿지는 않았다.
그늘집으로 가자하고 길을 터는데 예의상 다시 물어보고 의향을 떠보니 광고 난 그 집을 원한다.
차를 돌려 도착한 그곳. 예전에 가봤던 거기다. 주인도 바뀌고 인테리어도 밝아지고.
통닭에 생맥주. 밀린 이야기들과 회사 이야기들. 반가움에 들떠 맥주도 한잔.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이야기가 겉도는 느낌이다.
이야기는 깊이 있게 나가지 못한다.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가면 턱 막힌다. 그리고 다음 주제로.
주제가 전환되는 것도 매끄럽지 않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이야기들은 거침없이 이어진다.
그저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답답함도 그만큼 쌓여가고.
그저 이런 이야기들을 하자고 뜻을 나누자고 어렵게 만난 자리는 아닌 거 같고.
지난 주 수화기 너머로 들렸던 반가움과 토로는 안드로메다로 날라가 버리고
술 좋아하던 친구는 맥주 한 잔을 놓고 예의 가득한 이야기 꽃만 피운다.
차라리 이 시간에 집에서 아이들과 놀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온다.
참지 못하고 그냥 질렀다. 다른 주제들을. 주변 겉저리들에 대해 생각을 넌지시 던진다.
과감한 표현도 써 가며 애써 지켜온 예의를 무너뜨리는 단어들도 사용한다.
왜? 본능은 무의식은 눈치챘다. 다음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서로가 바쁜 시간에 위로도 되지 않고 그렇다고 대안도 비전도 힘든 저녁 자리는 쉽지 않다고.
그래서인지 독한 말들을 뱉어낸다.
어찌보면 유치찬란하고 미성숙한 말들과 반응, 태도를 보였지만 친구는 여전히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이다.
솔직. 그렇게 어려울까? 아니 내가 너무 나이브한 건가?
숨기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주변을 통해 검증되어 정말 가리는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안 되는가?
그래, 호구가 되겠지. 그렇게 살아왔고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리고 만난 시간이 아깝지 않기 위해 직방과 독설을 쉴 새 없이 날리는데 그건 아닌가?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 사람들의 뜻이 다 나와 같지 않다.
모두가 서로가 힘든 세상살이. 위로가 힘이 되고 프레임과 비전을 보여주는 그런 것.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신기루에 불과한건가?
솔직함이 강한 무기라고 생각한 판단부터가 잘못된 듯 하다.
아니 다른 비슷한 만남과 미팅에서도 결론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므로
나의 문제이겠다. 내가 그렇게 호구가 되고 이상에 갇힌 현실주의자가 된 것이 잘못된 출발이다.
이런 것을 알게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
법정 스님의 말대로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게까지 큰 힘을 쏟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아자자자자자, 홧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