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된 정신, 잃어버린 집중력 찾고 싶어요
위키피디아에서는 난독증(難讀症, dyslexia) 또는 독서 장애(讀書障礙)를 문자를 읽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증세라고 말한다. 이는 읽고 말하고 철자를 구분하는 데 정확성이나 유연성에 장애가 있는 학습장애를 가리킨다.
정확히 병명, 아니 증상을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최근 들어 오랜동안 30분 이상 책을 읽어본 적이 손에 꼽을만 하다.
포탈, 유튜브 등에서도 10분 이상 한 채널을, 한 페이지를 들여다 본 적이 언제인가 싶다.
이런 게 난독증일까?
자연스레 말하기도 어눌하다. 생각은 정리되지 않고 말은 중언부언한다. 때로는 말을 해놓고 정작 중요한 포인트는 빼놓은 적도 다반사다.
왜 그런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다. 뻔한 이유가 아닐까? 온라인에 중독된 생활, 클릭질을 유도하는 온갖 링크들과 광고들에 노출된 눈. 그리고 가출한 정신. 차분히 생각할 여유가 없고 그런 시간은 왠지 뒤쳐진다는 강박감.
몇 번 명상, 묵상에 잠겨보기도 했지만 이내 좌절한다. 수많은 생각들이 떠돌고 지난 일들도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는 어지러워지는 머릿속의 무게에 주저앉아 버리곤 한다. 심각하다고 느낄수록 더하다.
10여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나서 유독 더 강하게 느껴진다. 눈 뜨면 출근하고 기계처럼 컨베이어 벨트에 글들을 올려놓고 또 온라인을 떠돌아 다니며 이것저것 골라보던 그 시기에는 이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출근할 때는 해야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있었는데 스스로 알아서 해야 되는 상황이 되니 방향을 잃고 바람 부는대로 떠돌아 다니고 있어서인가 싶기도 하고.
jTBC의 '말하는대로'에 강원국 전 연설비서관이 나와 길거리 버스킹을 했다. 읽기와 듣기에서 말하기와 쓰기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런 직업을 가졌었는데 이젠 먼 이야기다.
사물, 상황을 분석하고 들여다보던 생활을 놓은 지 두어 달 됐는데 처음 영어를 배울 때처럼 쓰기도 말하기도 새롭다. 이런 자신이 들여다보기도 싫고 그래서 점점 더 멀리하고 멍한 채로 모니터를, 스마트폰을 응시한다.
몇 시간 들여다봐도 남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라치면 디테일에서 빼 먹는 게 허다해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된다. 볼 때는 분명히 이해했는데 돌아선지 얼마나 됐다고 사람 이름도, 장소도, 날짜도 잊어 버린다.
아마도 바빠서 그런가보다. 할 일은 많은데 시작하기는 엄두가 안 나고 그나마 시작한 것들은 되는 일도 없고 정신은 혼미하고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앉아 보지만 결국은 제자리. 악순환의 연속이다.
누구 지독한 이 난독증, 아니 집중하지 못하는 이 영혼 부재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치료방법을 아는 분이 있으면 좋겠다. 정말로 진지하고 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