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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뷰티 칼럼

청결 시대 미와 자신감 둘 다 잡은 올백 헤어 스타일

by 무체

예쁜 얼굴을 규정하는 기준 중에는 얼굴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머리카락은 얼굴형의 단점을 가릴 수 있고 장점을 더 살릴 수도 있다. 앞머리, 잔머리, 옆머리 등의 효과로 인해 얼굴을 최소 1.5배 이상 예뻐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리카락 버프 없이 올백으로 넘겼을 때는 오롯이 얼굴형과 이목구비에만 의존해야 하기에 어지간히 예쁘지 않으면 좀처럼 드러내기 힘들다.

이것이 바로 올백 헤어가 잘 어울리는 여성이 많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앞머리의 유무나 앞가르마의 경우도 5:5, 2:8, 3:7 등 어떻게 가르느냐에 따라서 훨씬 더 예뻐 보이거나 덜해 보이는 차이가 크다. 또한, 심리적으로 잔머리 한 가닥이라도 이마를 타고 내려와야 안심이 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과감하게 올백으로 하고 다닌다는 건 상당한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보통 완벽한 올백 머리가 잘 어울리는 사람은 비교적 단정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연출이 가능하다. 물론 스튜어디스들처럼 교묘하게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살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스타일로도 연출이 가능하지만, 편법 없이 완벽하게 올백으로 넘길 경우에는 예쁨보다는 멋지고 강렬한 카리스마가 더 두드러진다.


올백의 아이콘들


올백헤어.jpg


80년대에서 90년대 초 대표적인 슈퍼모델 야스민 르봉은 군더더기 없이 뒤로 올린 올백 머리를 자주 해서 남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한국 최고 스타 전지현도 결혼식에는 완벽한 올백 머리로 산뜻함을 더했다. 평소 긴 생머리가 트레이드마크였던 그녀가 좀처럼 신부들이 하지 않는 완벽한 올백 스타일을 한 이유는 그만큼 이목구비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게다가 그녀는 이마가 좁은 편이라 이마 미인이라고 볼 수 없었는데도 말이다.


동서양의 두상 차이


서양인은 두상이 예뻐서 헤어 스타일에 규제를 받지 않는 편이지만, 한국인은 납작 두상도 많고 특히 정수리 부분이 낮아서 올백을 하더라도 이 부분을 띄워야 비율상 잘 어울려 보인다. 소위 헤어 전문가들은 이곳에 백콤, 이들 용어로는 후까시를 넣는다거나 가짜 머리 기능을 하는 싱을 얹어 형태를 보완하곤 한다.

물론 시대별로 부푼 정도가 다르기도 하고, 그래서 경우에 따라 촌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정수리 부분이 푹 꺼지는 통에 과장되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나이가 더 들어 보일 수밖에 없다.


발레리나 업두 재해석


정수리 부분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대신에 묶은 자리 위치를 높게 하는 소위 '똥머리' 스타일의 발레리나 업두는 비교적 누구나 자신 있게 하고 다닐 수 있는 스타일이다. 상투처럼 정수리 부분에 머리 뭉치가 있으니 푹 꺼져 보이는 것도 커버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잔머리 등을 날리면서 가릴 데는 가리고 강조할 곳은 강조가 가능하니 현대 여성들이 선호했고 특히 2010년대 초반 엄청나게 유행한 적이 있다.


전통과 청결의 미학


흥미롭게도 외국의 유명 셀럽들은 마치 한국 조선 시대 여성들이 했던 쪽진 머리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몇 년째 고생했던 탓도 있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위생에 신경 쓰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미학에 위생을 접목시키는 경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멋을 내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던 지난 시대에 비해, 앞으로는 보다 청결하고 깔끔함을 유지하는 것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트렌드 청결


어쩌면 과거 조선시대 여성들도 나름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머리를 그렇게 꽁꽁 묶어 두었을지도 모른다. 머리의 윤기는 오랫동안 안 감은 통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이었을 테지만, 현대는 두피와 머리카락의 건강과 청결을 중시하면서도 헤어 스타일 또한 보기에 깔끔하고 시크해 보이는 룩을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스타일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청결함과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하는 트렌드는 패션의 순환성과 실용성이 만나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러한 청결함을 강조하는 미학이 유행이라면,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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