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퍼 아이콘에서 인형의 집 여왕이된 콜린 무어 스토리
오늘날 현대적인 숏 컷이나 보브 헤어스타일을 하는 여성들은 어쩌면 100년 전 콜린 무어가 시작한 뷰티 혁명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대담했던 스타일 선택과 예술적 유산은 패션과 뷰티의 역사에서 재조명될 가치가 있는 중요한 문화적 기여다. 현대 뷰티 트렌드에서 우리는 종종 과거의 혁신가들을 잊곤 한다. 특히 뷰티와 패션의 역사에서 종종 간과되는 인물들이 있다. 캐슬린 모리슨(Kathleen Morrison)이라는 본명으로 1900년 8월 19일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콜린 무어는 1920년대 무성영화 시대의 대표적인 플래퍼 걸(Flapper girl)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루이스 브룩스(Louise Brooks)와 함께 짧은 단발머리와 무릎 위 스커트로 새로운 여성상을 확립한 그녀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많은 뷰티 역사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콜린 무어의 헤어스타일이다. 흔히 '플래퍼 보브'라 불리는 짧은 단발 스타일은 루이스 브룩스의 트레이드마크로 알려져 있지만,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무어가 이 스타일을 먼저 대중화했다는 증거가 있다. 실제로 1923년 영화 '플레이밍 유스(Flaming Youth)'에서 그녀의 짧은 단발 헤어스타일은 당시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선택이었다. 실제로 무어는 1920년 초반부터 보브 컷을 선보였으며, 루이스 브룩스와 클라라 보우(Clara Bow)는 1924년 이후에 유사한 스타일을 하고 다녔다.
1920년대 세 명의 대표적인 플래퍼 아이콘은 각자 독특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클라라 보우는 관능적이고 요염한 '잇 걸(It Girl)'로 알려진 매혹적인 이미지를, 루이스 브룩스는 신비롭고 도발적인 소녀 같은 매력의 세련된 스타일을, 콜린 무어는 생기 넘치고 장난기 어린 코믹한 매력과 활기찬 에너지를 선보였다. 그중에서 콜린 무어만의 특별한 점은 그녀의 코믹한 매력과 함께 지적인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는 능력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눈빛에는 항상 재치 있는 지성이 깃들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꾸던 캐슬린은 할리우드에서 콜린 무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커리어를 쌓아갔다. 그녀의 진정한 돌파구는 짧은 단발머리와 플래퍼 스타일을 선보인 후였다. 전성기에는 연간 백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1500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는 할리우드의 최고 스타였다.
1927년 '무성영화의 황금기' 당시 콜린 무어는 MGM과 퍼스트 내셔널 스튜디오에서 최고액 계약을 맺은 여배우 중 한 명이었다. 영화사 전문가 앤서니 슬라이드(Anthony Slide)의 기록에 따르면, 그녀의 영화들은 당시 박스오피스에서 놀라운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무성영화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콜린의 인기도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두 번의 결혼 생활을 했으며, 배우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물러나 새로운 열정을 발견하게 된다. 은퇴 후 그녀는 다른 할리우드 스타들과 달리 재정을 현명하게 관리했으며, 사치스러운 생활보다는 창의적인 취미에 투자했다. 그중에서도 '페어리 캐슬(Fairy Castle)'이라 불리는 그녀의 초호화 인형의 집은 예술적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시가로 500만 달러(약 5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이 작품은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Museum of Science and Industry)에 영구 전시되어 있다. 콜린 무어의 인형의 집은 1935년부터 7년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1,500명이 넘는 장인들이 참여한 협업 프로젝트였다. 실제 금과 은, 진주와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미니어처 예술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무성영화 필름 대부분은 손실되었지만, 그녀의 인형의 집은 완벽하게 보존되어 그녀의 예술적 감각과 섬세함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한 문화적 유산의 단면을 보여준다. 콜린 무어는 인형의 집 작업과 자서전 집필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다 1988년 1월 25일, 8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