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계의 보석이자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소피 마르소. 그녀는 단순히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배우가 아닌,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진정한 예술가로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66년 11월 17일, 파리의 소박한 가정에서 태어난 소피 마르소는 어쩌면 평범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트럭 운전사 아버지와 백화점 판매원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가난했지만, 유난히 반짝이는 아이였다. 운명의 기회는 14살 때 찾아왔다. 집 근처에서 열린 영화 '라붐'의 오디션에 참가한 소피는 단순한 호기심과 대담함으로 인생을 바꿀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1980년 '라붐'의 개봉은 소피 마르소를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천사 같은 얼굴과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전 세계 청소년들의 우상이 된 그녀는 후속작 '라붐 2'로 세자르상까지 수상하며 프랑스 영화계의 새로운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그 인기가 남달랐는데, 한국에서는 '책받침 여신'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기도 했다.
많은 아역 배우들이 성인이 되면서 슬럼프를 겪는 것과 달리, 소피 마르소는 하이틴 스타의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특히 1988년 '유캔잇러브'는 그녀를 성숙한 여배우로 각인시키는 전환점이 되었다. 영화 속 매혹적인 미모와 함께 흐르는 주제가는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1995년 멜 깁슨의 작품 '브레이브하트'에서 이사벨라 공주 역을 맡으며 그녀는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5개 부문을 수상하며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같은 해, 소피 마르소는 '새벽의 저편'으로 감독 데뷔를 하며 배우 이상의 예술적 역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소피 마르소의 사랑 이야기는 그녀의 영화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18살의 나이에 26살 연상인 영화감독 안제이 줄라우스키와 사랑에 빠진 그녀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16년간 연인으로 지냈다. 1995년 그들 사이에서 아들 빈센트가 태어났고, 이후 프로듀서 짐 렘레이와의 사이에서 딸 줄리엣을 낳았다.
2016년 첫사랑이었던 줄라우스키 감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뒤이어 2017년 어머니, 2020년 아버지마저 잃으며 그녀는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슬픔도 꿋꿋이 이겨내며 "실망하지 않기 위해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상한다"는 현실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다.
소피 마르소는 2005년 칸 영화제 레드 카펫에서의 의상 사고를 비롯해 몇 차례 노출 사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그저 부주의한 실수였는지, 혹은 의도적인 주목 끌기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어쩌면 스타로서 잊히지 않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14살의 풋풋한 소녀에서 50대 중반의 원숙한 여배우로 성장한 그녀의 여정은 예술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진정한 성숙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스타가 된 소피 마르소의 삶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극적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성찰, 그리고 꿋꿋함이 있었다. 그녀가 스크린 안팎에서 보여준 모습은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