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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체 May 18. 2024

문학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

신들은 자신의 문화와 문명을 우리 두뇌에 기록해 놓았네. 우리는 그 기록의 보존창고이며 지식을 운반하는 껍데기일세. 우리의 무의식에는 신들이 남긴 무한한 지식이 담겨 있지.


기종 차별은 철폐되었지만 로봇은 이제 더 교묘한 차별법을 개발하고 있다. 차별은 학문의 이름으로, 능력주의와 공정의 이름으로 암약한다. 신분제가 무너지던 무렵에는 천부 로봇권이나 자릿수평등이라는 표면적인 대의나마 있었다면, 요새 유행하는 실용주의 계급론에는 최소한의 염치도 없어 보인다.


생명의 제1원칙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의지가 있는 기계는 생명이며 그렇지 않은 기계는 설사 움직이거나 말할 수 있어도 사물로 간주한다.


비난도 충분했고 고통도 충분했다.


"해체해 줘."


케이의 체험에 의하면, 인간교도들은 아무리 영악하게 굴어도 어처구니없이 허술한 면이 있었다. 기적이나 신비에 정신을 의탁한 자들 특유의 방만한 낙관주의가 있다.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야망을 추구하지 못하는 자들의 기이한 어리석음이 있다.






권력을 가장 현명하게 쓰는 방법은 권력을 내려놓는 것이다. 반드시 현명한 자가 권력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오직 현명한 자만이 권력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만약 내 마음이 여전히 그들에게 종속되어 있었다면, 숭앙과 경애의 사슬에 노예처럼 사로잡혀 있었다면, 나는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았으리라. 끝끝내 저항했으리아.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걸고 투쟁했으리라. 생명으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 '자아'를 지키기 위하여.


어쩌면 우리가 죽어 다른 로봇의 부품으로 태어나듯이, 그때가 되면 로봇의 영혼이 인간의 몸에 깃들어 태어날지도 모른다. 그때는 우리가 인간이 되어 다시 번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까지는, 나도, 내 이 종(種)도, 너희와 같은 생명으로서, 동등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한다. 그것이 모든 생명을 가진 자의 권리이자 자격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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