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표준 표기는 '귀고리'이지만 편의상 '귀걸이'로 쓰겠다.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부담 없이 걸고 다니는 귀걸이는 예부터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오래전에는 신적인 영역의 여신 및 부적의 의미는 물론 권위나 부를 자랑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귀걸이를 장식용으로 사용한 역사는 기원전 3천 년으로 추정되지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귀걸이는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도시 우르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인류의 시작 수메르에서 보석이 발견된 것이 놀랍지 않지만, 왕족 무덤에서 나온 귀걸이들이 비록 투박해 보이면서도 현대의 유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수메르인들이 귀걸이를 만드는 방법에는 센스가 돋보인다. 금 생산지가 아니었기에 장인들이 아주 얇은 판으로 금을 두들겨 금을 늘리는 방법을 활용했다고 하는데 얇게 펄럭이는 세공 기술은 이후 여러 문명에서 발전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은 우르가 기원전 1750년 멸망한 이후에도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다른 문명에 전파되었다. 미노스 문명과 미케네 문명이 이집트, 중동 등과 교역을 하면서 구리, 주석, 상아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귀걸이를 만들었고 특히 크레타 시대에서는 가는 고리 형태의 귀걸이가 발견되었다. 기원전 1400년 무렵에는 조개 등을 재료로 철사를 꼬고 땋아 원뿔형 패턴의 찰랑거리는 장식의 귀걸이도 착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장식 기법은 그리스 문화에 더욱 발전하였으나, 기원전 1100년경부터는 장식품이 거의 사라지는 암울한 시기를 맞기도 했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금세공 기술은 명맥을 유지했다.
기하학적인 장식이 많던 그리스 예술에 비해서 이집트는 신적인 요소가 강조된 귀걸이가 많았다. 특히 풍뎅이 모양의 귀걸이는 사후세계와 부활을 상징하는 장신구로 사용되었다.
기원전 1559년~1085년 신왕국 시대, 이집트가 통일되면서 탐험과 무역이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이집트 예술도 현실적으로 변화했다. 왕족에게만 허용되던 보석 스타일이 점차 개인의 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유행하면서 사치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귀를 뚫어 밀착되는 스타일의 귀걸이도 등장했다.
귀걸이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번성했지만, 11세기와 16세기에는 사회적·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자취를 감춘 적이 있다. 11세기 중세 유럽에서는 귀를 덮는 모자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귀걸이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16세기 르네상스 후반부에는 풍성한 헤어 스타일과 대형 레이스 칼라가 유행하면서 귀걸이가 불필요한 장식품이 되었다.
1500년대 후반, 보석 커팅 기술이 발달하며 귀걸이는 다시 보편화되었고 여성들의 필수 장식품이 되었다. 이후 19세기 중반까지 귀걸이는 최고의 장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더 자세히 말하면 귀걸이,목걸이,반지를 세트로 착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1830년대는 귀걸이가 점점 길어져 어깨까지 늘어진 스타일이 나올 정도였다. 또한, 금을 더 적게 사용하면서 소위 다른 장식을 더 많이 활용하여 덜 비싸고 더 화려한 스타일이 많이 만들어졌다.
20세기에는 아르누보 운동의 영향으로 장식 예술에 엄청난 혁명이 일어났다. 섬세한 광채에 기하학적인 디테일이 늘어나면서 아르 데코 시대를 맞아 직선적이고 대담한 형태의 귀걸이가 유행했지만,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보석 생산은 중단되었다. 반면 여성들은 전쟁터에 나간 남성들을 대신에 사회 활동을 하면서 패션이 급격히 변화했고 이에 따라 귀걸이도 실용적인 스타일로 변모했다.
1940년대는 금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수정, 토파즈, 루비, 사파이어 등의 보석이 사용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1950년대의 번영기에는 더욱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귀걸이가 유행했다. 우아한 클래식 스타일로 진주 귀걸이와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하였고 1960년대는 개성적인 디자인의 등장으로 대형 링 귀걸이와 컬러풀한 플라스틱 스타일이 등장했다. 1970년대는 히피 문화가 확산되면서 깃털이나 나무 소재 등 보다 다채로운 소재와 디자인으로 날개를 달았다. 귀걸이가 개성과 패션 콘셉트를 반영하게 요소로 작용하면서 1990년대는 기존의 과장된 스타일에서 벗어나 작고 심플한 귀걸이가 유행하게 되고 현재는 크거나 재질 상관없이 개인의 취향껏 멋을 부리는 가벼운 장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