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앙투와네트의 전속 디자이너 로즈 베르텡 스토리
격동적이고 가장 화려했던 시절의 최초이자 마리앙투와네트 전속 디자이너로 명성을 알린 로즈 베르탱은 1747년에 태어나 1813년에 생을 마감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나이에 당시 잘 나가던 재봉사의 견습생으로 들어가 기술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1772년 자신만의 작은 양장점인 grand mogol을 오픈하였다. 그녀는 감각이 남달라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2년 후에 프랑스로 시집온 마리앙투와네트 여왕에게 채용되었다.
마리앙투와네트는 로즈가 마음에 들었던지 여기저기 특히 스페인, 스웨덴, 포르투갈 할 것 없이 왕실 사람들에게 그녀를 소개해 로즈는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그전에도 의복을 제작하는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최초로 패션 디자이너란 명칭이 부여된 건 그녀가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출신도 미천한 데다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이 디자이너란 이름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로지 자신의 재능만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디자이너란 소리를 들을 정도면 얼마나 탁월한지 예측 가능하다.
마리 앙투와네트는 처음부터 옷을 잘 입는 편은 아니었으나 로즈 베르탱을 만난 후 베스트 드레서로 등극하였다. 마리 앙투와네트 덕분에 로즈는 부와 명성을 함께 쥐게 되었지만 왕비의 몰락과 함께 로즈의 지위도 위태해졌다. 프랑스혁명이 발발하면서 가장 난처한 입장은 로즈 베르탱이었다. 그녀는 왕실과 귀족들의 부름을 받은 고용인에 불과했지만 시민들은 그녀도 한통속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로즈 베르탱은 마리 앙투와네트가 처형당하기 전까지 그녀 곁에서 일했으나 운이 좋게도 로즈는 살아남았고 대신 1792년 파리를 떠나 약 3년 동안 브뤼셀, 프랑크푸르트, 런던 등을 떠돌며 지내야 했다. 로즈는 사업차 프랑스를 떠났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그녀를 도망자로 분류했다. 당시 프랑스에서 도망자라고 하면 재산을 몰수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주홍 글씨 같은 거였다.
우여곡절 끝에 로즈는 파리로 돌아갔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유행에서도 벗어났다. 게다가 그녀의 주고객층이던 귀족들이 거의 대부분 처형당하거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권력의 정점에서 짧은 리즈 시절을 보낸 그녀는 재정적 감정적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1814년 시골 별장에서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