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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체 May 06. 2024

할머니  스타일의 원조 아르누보 스타일

할머니 스타일의 모티브 아느루보 스타일에 관하여

그래니 룩이라고도 불리는 할머니 스타일의 원조는 사실 아르누보 스타일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1895년 사무엘 빙의 파리 상점 이름인 '라 메종드 아르누보'에서 시작했다는 아르누보당시 신예술 양식으로 한 획을 그은 스타일입니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까지 인기 있던 아르누보 스타일은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에 가치를 두는 미술공예운동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양식입니다. 직선이나 인위적인 양식을 피하고 곡선과 자연미를 중시하여 패션에는 신체의 곡선을 강조한 S라인의 버슬 스타일이 반영된 것 같고요. 요즘에는 운동 등으로 힙 라인을 강조한 S라인이 각광받고 있지만 지금이나 꼭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무리를 했다기보다 부의 과시나 사치로 인한 과장이 심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르누보 스타일은 여성미를 극대화하고 지금 봐도 여성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리고 아르누보 스타일의 잔재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양산, 모자, 브로치, 꽃무늬 의상 등은 여전히 현대 패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국내서 아르누보 스타일의 디자인을 최대치로 구현한 디자이너 하면  앙드레 김이 떠오릅니다. 실루엣은 모르겠으나 화려하고, 여성적이며 한 땀 한 땀 꽃을 수놓은 기법이 참으로 우아하고 낭만이 가득했던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입기에는 부담스럽고 일반인은 입을 엄두도 못 낼 과장된 의상이었지만 그래도 눈이 즐거운 스타일이었습니다.


 


 

아르누보 스타일의 특징인 아워글라스 실루엣은 비욘세나 킴카다시안처럼 볼륨 있는 스타들이 옷빨보다 몸빨로 여신미를 뽐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현대판 아르누보 스타일과 고전판 아르누보 스타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장식에 있는 거겠죠. 고전적인 아르누보 스타일은 모자, 양산, 장갑 등 화려하고 아름다운 액세서리가 넘실거립니다.



외국 셀럽들이 탁월한 실루엣으로 아르누보 스타일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여  뽐내고 있다면 국내에는 할머니들의 패션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꽃무늬 의상에, 양산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신체 실루엣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화려한 문양을 좋아하는 경향이 다분한데 대한민국 할머니들은 진정 아르누보 스타일의 대가들이십니다. 그러니 아르누보 스타일은 찾아볼 것도 없이 거리의 할머니들 패션을 참고하면 됩니다. 


 

아르누보 시대에 유행한, 종아리나 발목 부분이 좁혀진 호블 스커트의 변형처럼 보이는 몸빼바지도 한국 할머니들의 전유물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아르누보에서 아르데코 스타일로 유행이 변화면서 새로이 유행한 하렘팬츠 스타일이긴 하지만요. 실용적이고, 아름답고 편안한 최적의 아이템으로 몸빼만 한 게 없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동식물 브로치 장식은 아르누보 스타일을 대표하는 스타일입니다. 시대와 익숙해서 그런 것인지 나이가 들수록 화사하고 화려한 걸 추구하게 되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제가 70대가 되어도 이러한 아르누보 스타일을 좋아하게 될지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요. 요즘은 이상하게 아르누보 스타일이 매혹적으로 보이긴 합니다.


 요즘처럼 개성 강한 시대임에도 꽃 장식부터, 주방 기구는 물론 의상 스타일까지 과거의 아르누보 스타일이 적잖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특히 상류층 여유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취향을 드러내는 걸 보면, 신 귀족사회가 도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니멀리즘이 득세하고 있다고는 해도, 불편함을 감수해도 예쁜 건 예쁜 거니까 아무래도 본능적인 취향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할머니들 스타일이 촌스럽다고 무시했는데 아르누보 스타일 찾아보니 할머니들이 소재의 보물창고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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